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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전력 원전 재가동 승인할 듯...지역반발 거세 '산 넘어 산'

중앙일보

입력

가시와자키카리와 원전 모습.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가시와자키카리와 원전 모습.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 도쿄전력이 소유하고 있는 가시와자키카리와(柏崎刈羽) 원전 6,7호기가 조만간 재가동 심사를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6,7호기는 2011년 사고가 난 후쿠시마 제1원전과 같은 비등수(沸騰水 BWR) 방식으로, 재가동이 확정되면 도쿄전력은 사고 이후 처음으로 원전을 운영하게 된다.

세계최대 규모 가시와자키카리와 6,7호기 #日 규제위, 내주 사실상 적격성 합격 승인 #매년 2조억원 절감 ... 동일본 타 원전 확대될 듯 #지역 반발 거세 실제 재가동엔 수년 걸릴 수도 #다나카 위원장 퇴임 앞두고 '외부 압력' 지적도 #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지난 6일 도쿄전력이 재가동 신청서를 낸 가시와자키카리와 6,7호기에 대해 원자력사업자로서 도쿄전력의 적격성을 논의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위원회는 적격성을 부정하는 의견은 없었으며, 기술적인 심사결과와 도쿄전력의 적격성을 판단한 문서를 조만간 정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위원회는 오는 13일 사실상 합격증이나 다름없는 ‘심사서안’을 승인한다는 방침이다. 다나카 슌이치(田中俊一) 규제위원장은 6일 기자회견에서 “(다음 회의에서 심사서안을) 정리하는 방향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시와자키카리와 원전은 니가타현(新潟県) 가시와시(柏崎市)와 카리와무라(刈羽村) 지역에 걸쳐있으며, 총 7기의 원자로가 있다. 합계 출력 821만2천킬로와트(kw)로 세계 최대규모 원전이다. 6,7 호기를 포함하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신 규제기준을 통과한 원전은 총 7개 원전, 14기가 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진행된 ‘탈 원전’흐름이 크게 뒤바뀌고 있는 것이다.

올 6월부터 재가동을 시작한 후쿠이(福井)현의 다카하마(高浜) 원전 3, 4호기.

올 6월부터 재가동을 시작한 후쿠이(福井)현의 다카하마(高浜) 원전 3, 4호기.

도쿄전력은 그동안 누적된 경영 적자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원전 재가동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폐로(廢爐)작업와 배상에 최소 21조엔(약 217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6,7호기가 재가동 되면 화력발전 연료비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연간 최대 2200억엔(약 2조3000억원)을 아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가시와자키카리와 원전 재가동이 확정되면 동일본 지역의 다른 원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동일본 지역의 원전은 대부분 비등수형(BWR)으로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후 완전 가동을 멈춘 상태다. 산케이 신문은 “동일본 지역의 각 전력회사는 도쿄전력의 심사과정을 참고로 해왔다. 향후 ‘동고서저(東高西底)’의 전기공급 불균형과도 연결된다”고 분석했다.

가시와시 지역의 한 건물에 '탈원전'을 촉구하는 원전 반대 문구가 쓰여져 있다. [사진=인터넷]

가시와시 지역의 한 건물에 '탈원전'을 촉구하는 원전 반대 문구가 쓰여져 있다. [사진=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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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제 원전 재가동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일으킨 도쿄전력에 원전 운전의 ‘적격성’이 과연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올 2월에는 사고대응 거점이 되는 ‘면진 중요동(棟)’의 내진성 부족을 도쿄전력이 파악하고 있었으면서도 규제위원회에는 보고하지 않은 사실이 밝혀졌다. 도쿄신문은 “거대한 잠재리스크를 안고 있는 원전을 새로 가동할 자격이 있는지 매우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재가동에는 ‘지역의 동의’가 필수적인데, 지역의 반발도 거세다. 니가타현 요네야마 류이치(米山隆一) 지사는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의 검증이 우선이며 검증에는 3, 4년이 걸릴 것”이라는 입장이다. 가시와자키카리와 원전은 2007년 니가타현에서 발생한 츄에츠(中越)지진으로 3호기의 변압기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등 사고도 있었다.

2007년 니가타(新潟)현에서 발생한 규모 6.8의 강진으로 가시와자키(柏崎)시 원자력 발전소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가사와자키 AFP=연합]

2007년 니가타(新潟)현에서 발생한 규모 6.8의 강진으로 가시와자키(柏崎)시 원자력 발전소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가사와자키 AFP=연합]

재가동 심사 과정이 공정했는지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그동안 “도쿄전력은 재가동 자격이없다”고 말해왔던 다나카 위원장이 갑자기 입장을 바꾼 배경을 주목했다. 다나카 위원장이 갑자기 심사 후반에 원전의 안정성과 후쿠시마 제1 원전의 폐로와 관련한 도쿄전력의 입장을 문서를 제출시키고, 2번이나 경영진을 회의로 불러들이는 등 이례적으로 적극적이었다는 것이다. 다나카 위원장은 최근 아사히신문과 인터뷰에서 “원전 재가동 심사 과정에서 조속한 재가동 결정을 요구하는 정치권 압력이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도쿄= 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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