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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중국 파트너 "현대차와 합자 끝내는 것도 고려"

중앙일보

입력

현대자동차와 현대차의 중국 파트너인 '베이징기차'의 관계가 악화일로다. 최근 합작사인 '베이징현대'의 현지 공장이 잇따라 배경을 멈춘 배경에는 두 회사의 불협화음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민일보 자매지 글로벌타임스 보도 #현대차-베이징기차, 부품사 교체 문제로 불협화음 #중국 공장 가동 중단 사태 이후 갈등 심화 #"단가 20% 인하 해달라" VS "기술력 떨어져 불가"

중국 인민일보의 영문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는 베이징현대의 소식통을 인용해 “베이징기차가 현대차와의 합자를 끝내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베이징기차는 비용절감 등을 위해 베이징현대 납품업체를 중국 현지 기업으로 교체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중국 납품업체가 기술력과 품질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해왔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이런 갈등은 2002년 합작사 설립 이후부터 있었지만 최근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베이징현대의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게 매체의 설명이다. 한 소식통은 “매출 감소로 베이징기차는 타격을 받았지만, 현대차는 한국 부품 업체 덕분에 계속 이익을 냈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베이징현대는 두 회사의 지분이 50대 50인데도 현대차가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부사장 10명 중 8~9명이 한국인이며 중국인은 한명에 불과하다”라고 전했다.

현대모비스ㆍ현대위아 등에 비싼 단가로 부품공급을 몰아주면서, 현대차 측이 베이징현대가 얻어야 할 수익을 가로채고 있다는 게 베이징기차의 불만이다.

현대차는 이에 대해 근거가 없는 악의적인 보도라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모비스의 중국법인이 적자를 내는 등 부품업체도 고스란히 사드 보복의 충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지 업체를 바꿀 경우 기술력 격차에 따른 부품 품질 문제가 발생하고, 이럴 경우 판매량 감소 등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만 실은데다, 탐욕(greed)ㆍ오만(arrogance) 같은 원색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비난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두 회사의 불협화음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사드 보복에 따른 판매 부진으로 대금 지급이 늦어지자 베이징잉루이제ㆍ창춘커더바오 등 중국 현지 업체는 납품을 거부했고, 이에 베이징현대는 최근 중국 공장의 가동을 잇따라 중단했다.

한국 협력사들 역시 3~4개월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으나 현대ㆍ기아차와의 오랜 관계를 감안해 계속 납품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베이징현대는 한국 부품사에게 밀린 대금 지급 조건으로 납품 단가를 20% 이상 깎아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상 중국 납품업체 수준으로 가격을 낮추라는 협박인 셈이다. 베이징기차가 한국 협력사에 대한 또 다른 ‘사드 보복’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베이징현대는 한국의 현대차는 생산을, 중국 합작 파트너인 베이징기차는 재무 쪽을 전담하고 현대차가 자의적으로 대금을 지급할 수 없는 구조다. 현재 중국에는 국내 협력업체 142곳이 진출해 289곳의 공장을 가동하며 현대ㆍ기아차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현대차는 베이징기차의 이런 요구가 협력업체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칫 현대차와 한국 협력사들이 구축해놓은 시스템이 망가질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명했다”며 “베이징기차와는 여전히 탄탄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서로 상의해서 접점을 찾아나가고 있다”이라고 밝혔다.

로이터는 이에 대해  “베이징기차는 공장 중단 문제를 (현지 부품회사에서 조달을 늘리는 방식으로) 단기간에 해결하려 한다”며 “반면 현대차는 향후 5~10년 동안 점진적으로 해결하려는 입장”이라고 분석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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