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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품절 강의' 만든 영남대, '인생 교과서' 쓴 성균관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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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중앙일보 대학평가 <하> 인문·사회계열 학과평가 - 철학

입시 경쟁을 거쳐 갓 입학한 여러분은 ‘고등학교 4학년’에 가깝습니다 

지난 3월 경북 경산시의 영남대 천마아트센터. 강당을 가득 채운 500여 명의 학생이 연단에 선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를 주목했다. 최 교수는 “고교 4년을 벗어나 대학생이 되려면 스스로 고민하는 철학적 사고가 필요합니다. 여러분을 최고의 지성 한가운데 초대한다는 생각으로 강의를 준비했습니다”고 말했다.

고아원·교도소 찾아 철학 강의, 전남대 #‘통일 인문학 연구소’ 세운 건국대 #교수 저서 가장 많이 인용된 고려대 #장학금 혜택 비율 높은 경북대

‘스무 살의 인문학’이라는 제목의 이 수업은 영남대 철학과에서 2015년 시작됐다. 500명 정원이지만 수강신청에 매년 1500여 명이 몰려 조기 마감되는 인기 강좌다.

올해 3월 영남대 천마아트센터에서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가 교양수업 '스무 살의 인문학' 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목은 500명이 수강하는 대형강의지만 수강신청과 동시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사진 영남대]

올해 3월 영남대 천마아트센터에서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가 교양수업 '스무 살의 인문학' 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목은 500명이 수강하는 대형강의지만 수강신청과 동시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사진 영남대]

초대형 강의지만 수업은 대화 형식이다. 철학과 교수는 물론 강신주 대중철학자, 김영하 소설가, 정호승 시인 등이 연단에 올라 학생들의 삶과 사랑에 대해 묻고 답한다. 최 교수는 “강의가 진행될수록 처음엔 머뭇거리던 학생도 마이크를 잡고 제법 매서운 질문을 던진다”고 말했다.

2017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철학과는 영남대처럼 학생·대중과 호흡하는 철학을 만들기 위해 힘 쏟고 있었다. 전국 주요 대학의 34개 철학과를 대상으로 교수 연구 성과와 학생 교육 여건, 취업률 등을 평가해보니 건국대(서울)·고려대(서울)·성균관대(유학·동양학과)가 ‘최상’에 올랐다.

경북대·서강대·서울대·영남대·전남대 등 5개 철학과는 ‘상’으로 평가됐다.

사실 철학과는 매년 줄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2006년 81개였던 철학·윤리학 분야 학과는 10년 뒤인 2016년 67개로 줄었다. 이러한 ‘인문학의 위기’ 속에서도 우수 학과들은 저마다 특화된 연구와 학생 중심 교육으로 위기를 돌파하고 있다.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이 2017년 발간한 '남북이 함께 읽는 우리 옛이야기'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이 2017년 발간한 '남북이 함께 읽는 우리 옛이야기'

건국대(서울) 철학과는 ‘통일 인문학’의 중심지다. 2010년 ‘소통·치유·통합의 통일 인문학 연구단’을 출범시키고 매년 11억원의 정부 지원을 받는다. 올해 남북한의 설화와 그에 담긴 가치를 비교한 ‘남북이 함께 읽는 우리 옛이야기’를 출간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사업으로 이 학과는 전체 철학과 중 연구비 지원이 가장 많은 대학(외부연구비 1위)으로 평가됐다.

올해 5월 건국대 철학과가 주최한 일일 철학 전공 체험 교실인 '마침표에 물음표를 던지다'에 참여한 고교생들. [사진 건국대]

올해 5월 건국대 철학과가 주최한 일일 철학 전공 체험 교실인 '마침표에 물음표를 던지다'에 참여한 고교생들. [사진 건국대]

건국대 철학과 학생들은 끈끈한 유대관계 속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대학원생과 교수가 학부생을 지도해 매년 여는 학술제 ‘프로메테우스 대전’, 과내 소모임 ‘사서 고생하는 철학모임’, ‘음악 모임’ 등이 대표적이다.

이 학과는 2010년부터 고교생을 대상으로 ‘일일 전공 체험 교실’도 연다. 간단한 동양·서양철학 강의 후 학부생과 대학원생이 ‘에로스와 아가페의 차이는 무엇인가?’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등을 놓고 치열한 토론을 벌인다.


독도 관련 학술지 '독도연구'

독도 관련 학술지 '독도연구'

영남대 철학과는 2015년 한 해 가장 많은 국내 논문(교수 1인당 3편)을 썼다. 타 대학 실적의 3배에 가까운 수치다. 이 학과는 2007년부터 매년 정부에서 3억여 원을 지원 받아 ‘독도 연구소’를 운영한다. 독도에 관한 국제 학회를 열고 1년에 2회 국내 유일한 독도 관련 학술지인 ‘독도연구’를 발행한다.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동양학과 교수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동양학과 교수

철학과 교수들은 연구 성과를 집대성해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책을 활발하게 내놓고 있다. 저서 및 번역서 출판이 가장 활발한 곳은 성균관대 유학·동양학과였다(2015년 기준 교원당 저역서 발간 1위). 이 학과 신정근 교수는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 ‘인생교과서 공자’ 등의 책을 펴냈다.

김선희 강원대학교 철학과 교수, 김성진 한림대 철학전공 명예교수, 박병준 서강대 철학과 교수, 이영의 강원대 HK교수, 정세근 충북대 철학과 교수가 공저한 '죽음 그리고 자살(왼쪽)'. 이강서 전남대 철학과 교수가 쓴 책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오른쪽)'.

김선희 강원대학교 철학과 교수, 김성진 한림대 철학전공 명예교수, 박병준 서강대 철학과 교수, 이영의 강원대 HK교수, 정세근 충북대 철학과 교수가 공저한 '죽음 그리고 자살(왼쪽)'. 이강서 전남대 철학과 교수가 쓴 책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오른쪽)'.

자살률이 크게 늘고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죽음’을 다루는 철학서도 늘었다. 박병준 서강대 교수 등이 공저한 ‘죽음 그리고 자살’, 이강서 전남대 교수의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교수의 책이 다른 논문에 인용되는 횟수는 고려대(서울) 철학과가 가장 많았다(저역서당 피인용 1위). 대중 철학 강연으로 잘 알려진 이승환 고려대 철학과 교수가 2012년 출간한 ‘횡설과 수설’은 다른 연구자들이 가장 많이 참고한 책이었다.


전남대 철학과는 지역 초·중·고등학교, 교도소·고아원 등을 찾아 &#39;눈높이&#39; 인문학 강좌를 연다. [사진 전남대]

전남대 철학과는 지역 초,중,고등학교, 교도소 등을 찾아 &#39;눈높이&#39; 인문학 강좌를 연다. [사진 전남대]
전남대 철학과는 지역 초,중,고등학교, 교도소 등을 찾아 &#39;눈높이&#39; 인문학 강좌를 연다. [사진 전남대]

전남대 철학과는 ‘실천하는 인문학’을 강조한다. 90년대 중반부터 교수와 대학원생이 지역 중·고교, 고아원, 교도소 등을 찾아 인문학을 가르친다. 쉽고 흥미로운 강의를 위해 2001년 철학연구교육센터를 세우고, 2006년 대학원 전공필수 과목으로 ‘철학교육 방법론’도 개설했다. 이 과는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적어 밀착 지도가 가능하다(10명, 교수 1인당 학생 수 2위).

많은 철학과 대학원이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지만 전남대 철학과는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도 많다. 이 학과 김양현 교수는 “학생들과 지역사회가 꾸준히 ‘철학’을 필요하다고 느껴서다. 상아탑에 갇힌 학문은 지속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 뉴욕시립대학교 국제교류프로그램에 참여한 경북대 철학과 학생들. [사진 경북대]

올해 초 뉴욕시립대학교 국제교류프로그램에 참여한 경북대 철학과 학생들. [사진 경북대]

경북대 철학과는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12명이며, 학생 40%가 평균 95만원의 장학금을 받는다(학생 1인당 등록금 대비 장학금 5위). 이 학과는 매년 해외 석학을 초청하고 학생이 해외 학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있다. 올해에는 독일에서 열리는 하이데거 학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교원 1인당 학생수가 가장 적은 과는 서울대 철학과(5명)였다. 이 학과는 등록금 대비 장학금 비율도 높아(2위) 교육 여건이 좋은 것으로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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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평가팀=남윤서(팀장)·조한대·백민경 기자, 김정아·남지혜·이유진 연구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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