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 기숙사서 선배가 후배 줄폭행” … 끊이지 않는 10대 폭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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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0시10분쯤 인천 서부경찰서 산하 청라지구대 소속 경찰관 6명이 인근 모 여고 기숙사로 긴급 출동했다. “(3학년) 선배들이 (2학년 후배들을) 감금하고 못 나가게 한다”는 여고생의 신고가 접수됐기 때문이다.

3학년 선배 4명 “왜 말 안 듣나” #2학년 7명 한 줄로 세운 뒤 때려 #서울교육청, 강사 맞은 사건 놓고 #“학교 소관” 하루 만에 “진상조사”

최근 부산과 강원도에서 여고생과 여중생 등의 집단폭행 사건이 사회적으로 충격을 준 상황이라 경찰들의 출동은 비교적 신속했다. 현장 도착 당시 피해 학생들의 감금 등은 풀린 상태였다. 하지만 피해 학생들은 감금과 별도로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당시 출동한 한 경찰관은 6일 중앙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감금 등의 상황은 모두 종료된 상태였지만 이번 사건과 관련된 3학년 선배 4명과 2학년 후배 7명 모두에게 진술을 받았더니 군대식으로 일렬로 세워놓고 한 명씩 폭행했다는 후배들의 진술이 있었다”고 전했다.

학생들의 진술을 토대로 재구성한 당시 상황은 이렇다. 3학년 학생들은 2학년 후배들이 말을 잘 듣지 않는다며 밤중에 방으로 찾아갔다. 하지만 2학년 학생들이 방문을 잠근 채 열어주지 않자 3학년들은 마스터키를 가져와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갔다. 3학년 선배 4명은 방에 있던 2학년 후배 7명을 일렬로 세운 뒤 한 대씩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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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3학년 학생들은 선풍기를 바닥에 던지고, 옷걸이도 부쉈다. 이 과정에서 한 후배 여학생이 대들면서 선배와 몸싸움이 벌어졌다. 다툼이 있은 후 3학년 학생들이 후배 여학생들에게 2시간가량 제자리에 서 있으라고 했다. 방 밖으로 나가려고 하면 못 나가게 밀치기도 했다. 이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3학년들이 돌아가자 2학년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과 인천시교육청의 조사 결과 3학년 학생들이 이 같은 행동을 한 이유는 ‘기숙사가 아닌 학교 밖에서 저녁식사를 하면서 자신들에게 보고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후배들이 이 와중에 선배들의 전화를 받지 않은 것이 이번 사건의 화근이 됐다고 한다. 2학년 학생들은 학교 조사에서 “2학년 C양의 부모님이 ‘평소 우리 딸을 잘 보살펴줘 고맙다’며 친구들에게 저녁을 사준다고 해 밖에 나가서 먹었다”며 “당시 코치에게 보고하고 나갔다”고 해명했다.

앞서 지난달 22일 서울의 한 특성화고에서 수업 중인 교사를 학생이 폭행하고도 아무런 징계 없이 이틀 뒤 타 학교로 전학 간 사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이 진상파악에 나서기로 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교권 침해 사건으로 보고 특별장학을 통해 진상을 파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이 사건이 알려진 직후엔 “개별 학교의 결정에 교육청이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 교사들의 분노를 샀다.

손성조 서울시교육청 공보팀장은 “‘이번 사건에 교육청이 직접 개입하라’는 조희연 교육감의 지시가 있었다. 진상조사를 위해 특별장학에 들어갈 것”이라 말했다.

한편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부산 여중생 피투성이 폭행사건’ 등 잇따르는 여학생 폭행 사건으로 “(소년법상) 형사 미성년자 기준 연령을 낮추거나 형량을 조정하는 것에 대해 (사회적으로) 논의를 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충격적인 사건들이 있지만 즉각 반응하기보다는 시간을 가지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형사정책적 대응도 필요하기는 한데 형사처벌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사회와 학교 등에서 그런 일이 빈발하지 않도록 하는 수단을 검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법무부 입장에서는 그런 형사정책적 관점에서 검토를 할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인천=임명수 기자, 이태윤·손국희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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