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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퇴직연금 DB·DC형 현명한 선택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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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퇴직연금 수익률이 중요해지면서 퇴직연금 자산관리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근로자가 퇴직연금 운용성과를 높이려면 자산관리에 앞서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 중 자신에게 적합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러한 문제는 최근 임금피크제, 성과급제 등으로 근로자가 기존의 DB에서 DC로 전환할 수 있게 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부각되고 있다. 어떤 기준에서 DB와 DC를 선택해야 할까?

퇴직 전 3개월 평균임금 반영 DB #임금인상률 높은 성장 기업 유리 #사양 산업이나 성과급 낮을 경우 #매년 적립금 운용 DC형이 적합

DB는 퇴직 전 3개월 평균임금에 근속연수를 곱한 것으로 결정되는데, 퇴직 전 임금은 과거 임금상승률의 누적이기 때문에 DB는 임금상승률이 퇴직연금 크기를 결정한다. DC는 매년 연봉의 12분의 1로 적립되는 돈과 적립금의 운용수익률에 따라 결정되므로 자산운용수익률이 중요하다. 따라서, DB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임금상승률의 장기전망이 금융상품 수익률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셈이다. DB와 DC의 선택을 올바로 하기 위해서는 임금상승률과 관련하여 다음을 고려해봐야 한다.

첫째, 근로자가 속한 기업의 미래다. DB 수익률을 결정하는 미래의 임금상승률은 그 기업의 미래 성장성과 관련된다. 향후 저성장 시대가 도래하여 임금상승률이 매우 더디게 되면, DB 퇴직연금의 수익률은 낮게 된다. 전반적인 임금상승률뿐 아니라 자신이 속한 기업만의 특별한 이유로 인해 임금상승이 정체될 수 있음도 고려해야 한다.

실제 코스피 200대 기업 중 DB를 선택한 기업을 보면, 2015년 현재 임금상승률이 6% 이상인 기업 비중이 11%지만, 1~2%에 머문 기업도 6%에 이른다. 그리고 이들 기업은 4년 전보다 임금상승률이 평균 0.7%p 떨어졌다. 과거 고성장시대의 임금상승률이 아닌 향후 20년 이상 펼쳐질 미래의 임금상승률을 생각해야 한다.

둘째, 기업의 연봉체계와 개인의 능력이다. 연봉제와 성과급제를 주로 채택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개인 능력에 따른 임금상승의 불확실성이 확대된다. 입사 동기라도 연봉 차이가 나게 되는 것이다. 혹은 후반기에 거의 임금이 오르지 않거나 심지어 깎일 수도 있다. 이들의 경우에 임금상승률이 불확실해지면서 DB 수익률의 불확실성 또한 커진다.

셋째, DB형의 수익과 위험 관계다. 임금상승률이 높은 기업은 우량기업인 경우가 많다 보니 미래에 임금이 정체하거나 하락할 가능성이 작다. 이들 기업의 근로자는 DB의 수익률이 높고 위험은 낮은 셈이다. 그래서 DB는 안정적인 대기업 군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그 반대로 임금상승률이 낮은 기업은 성장성이 약한 기업일 경우가 많다 보니 미래에 임금이 정체하거나 하락할 위험이 있다. 이 경우 DB의 수익률이 낮고 위험은 높은 셈이다.

실제로 코스피 200대 기업 중에서 DB형을 채택한 기업을 보면, 2015년 기준 임금상승률이 가장 높은 상위 20%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11.2%인데 반해, 임금상승률이 가장 낮은 하위 20%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4.8%이다.

이는 수익률이 높으면 위험이 상응하게 높아지는 투자상품과는 다르다. DC는 높은 수익을 추구하려면 그만큼 위험도 커지게 되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면 위험도 낮아진다. 따라서, 임금상승률이 높지 않아 DB 수익률이 낮은 경우 위험을 고려하면 DC를 선택하는 게 낫다. DB의 수익률과 위험간의 독특한 부(-)의 관계를 바로 파악해야 한다.

근로자들은 DB형은 안정적인 수익률을 줄 것이라고 과다하게 확신하는 경향이 크다. 과거의 임금상승률을 기준으로 하는 편향, 내가 다니는 기업은 더 잘 알고 더 안정적일 것이라는 편향, 자신은 다른 사람보다 경쟁력이 있다는 편향, 이 세 가지 편향 때문이다.

반면에 투자상품을 편입하는 DC형은 과다하게 불안해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도 하나의 편향이다. 자산군 분산, 글로벌 분산, 장기투자라는 투자원칙을 지키면 좋은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편향을 없애고 DB와 DC를 올바로 선택하는 것이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출발점이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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