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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스러운 모차르트를 들려주는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

중앙일보

입력

워너 클래식스에서 첫 음반을 낸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 모차르트와 베토벤을 녹음했다. [사진 워너뮤직코리아]

워너 클래식스에서 첫 음반을 낸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 모차르트와 베토벤을 녹음했다. [사진 워너뮤직코리아]

 22세의 바이올리니스트가 연주하는 모차르트 소나타는 비교적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음의 빛깔은 다채롭고 선율은 도드라지는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임지영(22)의 모차르트는 이런 예상을 비껴간다.

워너 클래식스에서 첫 음반 낸 22세 바이올린 연주자 #2015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한국인 최초 우승자 #"주위에서 왜 그러냐고 할 정도로 반성하며 사는 스타일"

최근 나온 임지영의 음반을 들어보면 알 수 있다. 젊은 모차르트가 쓴 소나타들은 임지영의 연주에서 진중하고 무겁게 표현된다. 모차르트 특유의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대신 임지영은 보다 큰 굴곡으로 어두움과 깊이를 포괄한다.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과감히 넘어갈 줄 아는, 한 마디로 그릇이 큰 연주다.

5일 앨범 발매 기자 간담회에서 임지영은 “주위에서 왜 그렇게 사냐고 할 정도로 지난 일을 되돌아보고 열심히 사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성격은 어쩔 수 없이 연주에 드러난다. 20세에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라는, 최고 등급의 국제 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바이올리니스트다. 나이에 비해 어른스러운 그는 자만함 없이 나아가는 걸 최우선 목표로 삼은 듯하다. “한국에서는 그래도 국제 콩쿠르 우승자로서 어느 정도 잘 알려져 있었지만 유럽에서는 아시아에서 온 신인 연주자에 불과하거든요. 외국에 나가서 다시 처음부터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유학 경험 없이 한국에서만 공부하고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했던 임지영은 지난해부터 독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서 공부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어, 너 콩쿠르 우승자구나. 그래서?’ 정도의 반응이에요. 콩쿠르 우승자가 아니라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의 색깔을 찾아보고 싶었는데 독일 유학이 그런 기회를 줄 거라 생각했죠.” 그는 “콩쿠르 우승자라는 타이틀 때문에 연주도 그런 스타일로 치중해서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던 즈음이었다”고 했다. 화려한 경력에 들뜨는 대신 반성하고 되돌아본다.

대학을 졸업하던 해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그 다음에는 연주 무대의 연속이었다. 임지영은 “다른 사람의 연주도 많이 듣고 소화하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싶었다”고 했다. 음악학교식의 일반 교육보다는 공개레슨과 토론 위주로 학습이 이뤄지는 크론베르크 아카데미를 선택한 것도 그 때문이다. 임지영은 “다니엘 바렌보임, 기돈 크레머, 안드라스 쉬프 같은 엄청난 연주자들이 와서 공개레슨을 하고 토론을 해요. 연주 때문에 바빠도 시간을 쪼개서라도 꼭 가서 배우죠”라고 했다.

5일 기자간담회를 연 임지영. [사진 워너뮤직코리아]

5일 기자간담회를 연 임지영. [사진 워너뮤직코리아]

이번이 첫 음반이고 워너 클래식에서 인터내셔널로 나왔다. 모차르트 소나타 18ㆍ21ㆍ26번을 골라 피아니스트 임동혁과 함께 녹음했다. 앞으로는 프로코피예프ㆍ스트라빈스키처럼 현대적이고 파워풀한 작곡가의 작품을 녹음해보고 싶다고 했다. “협주곡도 할 곡이 너무나 많고요. 베토벤 5번ㆍ9번처럼 유명한 소나타도 해보고 싶고요.” 생각이 많고 어른스러운 연주자다. 현재 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 계속해서 점검해보며 조심스레 앞을 내다본다.  “이제 신인 연주자일 뿐이니까 갈 길이 멀어요. 지난해에 음악에 대한 생각이 확고하다 느꼈지만 또 다른 감정이 생기더라고요. 내년엔 또 다를것 같아요. 그때그때 저의 시점에 맞는 음악을 하는게 진심이 담기는 것 같아요.”

임지영과 임동혁은 이달 26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모차르트 소나타 18ㆍ26번, 베토벤 소나타 9번을 연주한다. 서울 마포아트센터(19일), 화성(23일), 청주(24일), 대전(27일)에서도 같은 연주가 이어진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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