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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통피니언] ‘솜방망이’ 소년법, 이대로 괜찮을까?

중앙일보

입력

by 문수연·이도현

최근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으로 세간을 놀라게 한 살인범 K(17)양과 P(18)양에게 검찰이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30년과 함께 각각 징역 20년과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K양은 지난 3월 인천 연수구의 한 공원에서 초등학교 2학년생 여자 아이를 유인해 목을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P양은 K양과 범행을 공모하고 시신의 일부를 전달받아 유기한 혐의다.

이 사건은 범행의 잔혹성뿐 아니라 범인들이 반성의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민들에게 충격을 줬다. K양은 심신미약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저지른 행동이라고 주장했지만, 조사 결과 범행이 상당히 계획적으로 이뤄진 정황이 드러났다. 그런데 의아한 점은 주범인 K양에게 공범인 P양보다 가벼운 형량이 구형됐다는 것이다. 이는 현행 소년법에 따라 범행 당시 나이가 18세 미만인 경우, 사형 또는 무기형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형량이 최대 15년 유기징역으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K양은 특정 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적용을 받아 5년이 더해진 20년형을 받았다.

법령은 ‘소년법’의 취지를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의 환경의 조정과 품행 교정을 위한 보호처분 등 필요한 조치를 하고,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함으로써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소년법이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천안 여중생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 10명에게 선고된 형량이 최소 징역 2년 6개월에서 최대 징역 6년에 그쳐, 피해자의 고통에 비해 처벌이 가볍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또 제주도에서는 만 16세 청소년 세 명이 몰려다니며 특수절도와 사기, 상해 등의 범죄를 저질렀지만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일반형사재판이 아닌 소년부심리재판으로 사건이 넘어갔다. 소년부심리재판은 통상 일반 재판보다 가벼운 사회봉사나 보호관찰 등의 처분이 내려진다. 소년원에 가게 되더라도 전과 기록은 남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청소년 범죄에 대해 많이 관대하다. 미성년자, 즉 청소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다. 청소년 범죄자의 재범률이 성인 범죄자에 비해 높은 것도 가벼운 형량과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 범죄의 재범률은 40%에 달한다.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 10명 중 4명이 또 다시 범행에 나선다는 얘기다.

청소년이라고 해서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이유는 없다. 얼마 전 촛불시위에서 봤듯 청소년들은 그들만의 목소리를 낼 줄 알고, 어른들에게도 쉽지 않은 국정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 행동하고 있다. 선거 가능 연령을 만18세로 조정하자는 목소리도 커지는 상황이다.

현행 소년법은 피해자보다는 피의자를 위한 법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과 같은 참혹한 사건조차 가해자가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징역 20년형에 그치는 것을 보면, 과연 소년법이 이대로 존치되어도 괜찮은가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소년법의 제정 취지와 배경 자체는 분명 일리가 있으나 개별 범죄의 특성과 죄질 등에 따라 차등적으로 법이 적용돼야 하지 않을까. 국민 대다수가 수긍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법 개정 및 시행을 기대한다.

글=문수연·이도현(천안여고 2) tong청소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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