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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명운 걸린 최종전...'우즈베크 킬러' 이동국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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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이동국이 지난달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강력한 오른발 슛을 시도한 후 공을 바라보고 있다. 양광삼 기자

축구대표팀 이동국이 지난달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강력한 오른발 슛을 시도한 후 공을 바라보고 있다. 양광삼 기자

지난달 21일 인천 송도에 있는 이동국(38·전북)의 집. 딸 재시·재아(10), 설아·수아(4), 아들 시안(3) 등 오남매는 축구대표팀에 합류하기 위해 집을 떠나는 아빠를 배웅했다. 막내 시안이는 캐리어 속의 짐을 꺼낸 뒤 자신의 몸을 웅크려 넣었다. 당분간 볼 수 없는 아빠를 향한 애정 표현이었다.

이동국=우즈베크 킬러, #한국대표 선수중 가장 많은 4골 기록 #"한국대표팀 이끌고 본선 티켓 반드시 따겠다" #아내와 아이들 위해 멋진 골세리머니도 준비

2년 10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단 이동국은 아들 시안과 골 세리머니를 약속했다. 만약 골을 넣는다면 미스 하와이 출신인 아내 이수진(38)씨와 아이들을 위해 하와이 인사말인 "알로하"를 외친 뒤 손바닥으로 이마를 치는 코믹한 동작을 하기로 했다. 아이들은 아끼는 젤리를 통에 담은 뒤 '힘들 때 먹는 마법의 약'이란 글귀를 적어 아빠에게 선물했다. 이동국은 "이거 먹고 월드컵 본선 진출해야겠네"라며 미소를 지었다.

축구대표팀 공격수 이동국(오른쪽)은 막내아들 시안이(왼쪽)와 골 세리머니를 약속했다. 하와이의 인사말인 "알로하"를 외친 뒤 손바닥으로 이마를 치는 코믹한 동작이다. [사진 이동국 인스타그램]

축구대표팀 공격수 이동국(오른쪽)은 막내아들 시안이(왼쪽)와 골 세리머니를 약속했다. 하와이의 인사말인 "알로하"를 외친 뒤 손바닥으로 이마를 치는 코믹한 동작이다. [사진 이동국 인스타그램]

지난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이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차전. 공격수 이동국은 벤치에서 대기하다가 후반 43분에야 교체출전했다. 추가시간 4분을 포함해 고작 6분을 뛰는데 그쳤다. 이동국은 후반 추가시간 중거리슛을 쐈다. 공은 골문을 크게 벗어났지만 팬들은 박수를 보냈다. 한국은 이날 유효슈팅 0개에 그치며 답답한 경기를 펼쳤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은 득점없이 비겼다.

프로축구 전북 관계자는 "이동국의 아이들이 경기장을 찾아 아빠가 잠깐이라도 뛰는 모습을 지켜봤다"고 전했다. 이동국은 경기가 끝난 뒤 "출전시간을 떠나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다시 뛸 수 있어서 가슴이 벅찼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월드컵에 나가지 못한다는 부정적인 생각은 하지 않는다. 반드시 본선 티켓을 따오겠다"고 다짐했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차전 한국 대 이란 경기.   대한민국 이동국이 슛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차전 한국 대 이란 경기. 대한민국 이동국이 슛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FIFA랭킹 49위)은 5일 밤 12시(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우즈베크(64위)와 최종예선 10차전을 치른다. 이란(승점21)이 일찌감치 조1위를 확정한 가운데 한국(4승2무3패·승점14·골득실+1)은 본선에 직행할 수 있는 2위 수성을 노린다. 3위 시리아(승점12·골득실 +1), 4위 우즈베크(승점12·골득실 -1)와 한국의 승점 차는 2점이다.

한국이 우즈베크를 꺾으면 무조건 조 2위(승점 17점)로 본선에 오른다. 그러나 한국이 우즈베크와 비기고 시리아가 최종전에서 이란을 꺾으면 우리나라는 골득실에 뒤져 3위로 밀려난다. 이렇게 되면 B조 3위와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한다. 시리아가 이란에 이기고, 우리나라가 우즈베크에 진다면 4위로 밀려 탈락한다.

한국은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 8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위기의 순간마다 영웅이 등장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박주영(서울)이 우즈베크와 4차전에서 종료 직전 천금같은 동점골을 뽑아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박지성(은퇴)이 이란 원정에서 귀중한 헤딩 동점골을 터트렸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이근호(강원)가 3골을 기록하며 본선행을 이끌었다.

이번엔 '우즈베크 킬러' 이동국이 '영웅'을 꿈꾸고 있다. 한국은 우즈베크와의 상대전적에서 10승3무1패를 기록 중이다. 한국대표 선수 중 우즈베크전에서 가장 많은 골을 기록한 선수가 바로 이동국이다. 그는 이제까지 우즈베크와의 경기에서 4골을 넣었다.

2005년 3월30일 서울에서 열린 독일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골을 넣으며 한국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2012년 2월25일 전주에서 열린 친선경기에서는 2골을 몰아넣으며 4-2 승리를 만들어냈다. 그해 9월11일 타슈켄트에서 열린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도 이동국은 골을 기록하며 2-2 무승부에 기여했다.

지난달3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차전 한국 대 이란 경기.   아쉬운 표정으로 앉아 있는 손흥민이 뒤로 곳곳이 팬 잔디가 눈에 띈다. [연합뉴스]

지난달3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차전 한국 대 이란 경기. 아쉬운 표정으로 앉아 있는 손흥민이 뒤로 곳곳이 팬 잔디가 눈에 띈다. [연합뉴스]

◇논두렁 잔디, 관중탓 논란=한편 대표팀 공격수 손흥민(25·토트넘)은 이란과의 경기를 치른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상태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손흥민은 "(논두렁처럼 푹푹 파이는) 이런 잔디에서 잘하길 바라는건 욕심이다. 화가 난다"고 말했다.

서울시설공단은 이란전을 앞두고 7000만원을 들여 잔디의 4분의 1을 교체했다. 하지만 무더위와 폭우로 잔디가 안착할 시간이 부족했다. 그러나 팬들은 "이란도 똑같은 조건이었다. 잔디 탓하지 말고 실력 탓을 해라"고 꼬집었다.

이란과의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을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오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주장 김영권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란과의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을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오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주장 김영권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표팀 주장이자 중앙수비수 김영권(27·광저우 헝다)은 이란전 후 "관중들의 소리가 크다보니 선수들끼리 소통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가 팬들의 비난을 받았다. 김영권은 1일 우즈베크 출국을 앞두고 "수비수들이 소통하지 못한 것을 자책하다가 말 실수를 했다. 응원해주신 팬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고 밝혔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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