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화성-12형, 북태평양 목표 해상에 안 떨어져” 실패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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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통신 등 북한의 관영 언론들은 30일 “(전날인 29일 발사한 중거리탄도미사일인) 화성-12형이 북태평양 해상에 설정된 목표수역을 명중타격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북한의 보도와 달리 이 미사일이 북태평양 목표 해상에 떨어지지 않았다는 한·미 간 분석이 나왔다.

국회 정보위서 ‘한·미 분석’ 보고 #“탄착 이전에 사라졌다 잠정 결론” #북, 전엔 100m 단위 비행거리 공개 #이번엔 “일본 상공 지났다”가 전부 #대기권 재진입 기술 설명도 안 해

익명을 요구한 국회 정보위원회 관계자는 “정보 당국자로부터 ‘한·미 간 분석 결과 화성-12형이 북태평양 (목표)수면에 낙하하지 않은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들었다. 화성-12형이 탄착 이전에 사라졌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미가 화성-12형이 대기권 재진입에 성공하지 못했거나 미사일에 기술적 문제가 있었는지 추가 분석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미국은 지난 25일 탄도미사일 추적장치를 단 특수정찰기 RC-135S 코브라볼 2대와 신호 정보를 수집하는 RC-135V 리벳조인트 1대를 일본에 급파했다. 이 때문에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조짐을 포착한 한·미가 화성-12형의 비행을 발사 순간부터 추적했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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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이번 발사에 만족하지 못했다는 정황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북한의 관영매체가 미사일의 비행 결과에 대한 현황을 밝히지 않은 점이 이전과 다르다. 북한은 지난달 28일 화성-14형을 쐈을 때 고도 3724.9㎞, 비행 거리 998㎞ 등 100m 단위까지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했다. 지난달 4일 화성-14형 발사 때는 발사 당일 오후 특별방송을 통해 구체적 상황을 전했다.

그러나 이번 발사에선 하루가 지난 뒤 조선중앙통신이 발표한 “일본 홋카이도의 오시마반도와 에리모갑 상공을 가로질렀다”가 전부다. 이전 발사에서 상세히 설명했던 대기권 재진입 기술에 대한 설명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미·일이 공동으로 확인한 화성-12형의 비행 거리 2700㎞도 의문점이다. 화성-12형의 최대 사거리 4500㎞ 이상에도 훨씬 못 미친 거리를 날아간 셈이다. 북한의 김낙겸 전략군사령관이 지난 9일 화성-12형 4발로 괌을 포위사격하겠다며 밝힌 비행 가능 거리는 3356.7㎞였다.

북한 매체의 사진에는 김정은 옆 모니터 화면 속에 화성-12형의 비행 궤적과 속도·고도·가속도 등이 나타나 있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비행 궤적에 나타난 목표 지점은 한·미·일이 공개한 비행 거리(2700㎞)보다 더 멀었다. 구글 어스로 순안공항에서부터 목표 지점과의 거리를 재본 결과 약 3300㎞ 정도였다. 당초 목표보다 600㎞ 정도 못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지난 29일 당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도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동해 상공에서 3개로 분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대기권 밖으로 나갔던 미사일이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탄두 부분이 갈라졌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군 관계자는 “아직까지 북한이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신뢰할 정도로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섣불리 실패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첫 실거리 사격이기 때문에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연료를 적게 넣고 발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용수·박성훈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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