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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여성단체 생리대 실험 수치만 공개 … 소비자 “왜 업체·제품명은 안 가르쳐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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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생리대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중앙포토]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생리대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중앙포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30일 최근 불거진 생리대 유해성 논란과 관련해 강원대 김만구 교수팀이 했던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식약처 “여성단체 실험 신뢰 떨어져” #전수조사 기다리라며 비공개 #유해성 여부에 대해선 안 밝혀

이 실험 결과는 지난 3월 여성환경연대가 생리대 안전 문제를 제기하며 일부분만 공개한 뒤 4월 식약처에 전달한 바 있다. 하지만 식약처는 유해 물질 검출량만 공개했을 뿐 어떤 제품이 문제인지 밝히지 않아 소비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이날 식약처는 ‘생리대 안전 검증위원회’를 꾸리고 김 교수팀의 실험 결과를 검토했다. 검증위원회는 독성 전문가와 역학조사 전문가, 소비자단체(여성환경연대 등) 8명이 참여했다. 식약처와 검증위원회는 논의 끝에 실험 결과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생리대 사용에 대한 소비자 우려를 해소한다”는 이유에서다.

김 교수팀은 중형 생리대, 팬티 라이너, 면 생리대 실험을 통해 톨루엔 등 17종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을 확인했다. 인체에 유해한 VOCS는 “생리 불순이 생기고 생리 양이 줄었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제기된 물질이다. 식약처는 다음달까지 진행하는 국내 유통 생리대 전수조사에서 에틸벤젠·스티렌 등 유해성이 특히 큰 VOCS 성분 10종에 대해 우선 분석할 예정이다.

실험 결과 VOCS의 일종인 자일렌 등이 모든 중형 생리대에서 나왔다. 에틸벤젠·톨루엔 등은 일부에서만 나왔다. 이들 VOCS 성분을 모두 합친 수치는 중형 생리대에서 평균 4185나노그램(ng)이었다. 팬티 라이너에선 해당 수치가 평균 7468ng로 더 높게 나왔다.

하지만 식약처는 소비자들의 관심이 큰 업체·제품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A·B·C·D’ 같은 영문 이니셜로 처리했다. 비공개 이유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실험 결과가 과학적으로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상세한 실험 방법과 내용이 없는 데다 연구자 간의 상호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처음 문제를 제기한 여성환경연대가 식약처에 결과 공개 결정을 넘겼고, 식약처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수치’만 공개한 셈이다.

소비자들은 정부의 ‘반쪽짜리’ 공개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네티즌 ‘이***’씨는 “제품명을 안 가르쳐주면 알려주나마나”라고 꼬집었다. ‘보람차서****’씨는 “전수조사 결과를 기다리기 전까진 (업체명 공개가) 어렵다지만 우리나라 기업 물건들을 더 못 믿겠다”고 지적했다.

한편 식약처는 생리대 접착제가 VOCS를 유발한다는 의혹에 대한 조사 결과도 내놨다. 문제가 된 ‘릴리안’ 등 국내 주요 생리대뿐 아니라 일본·미국 등 해외에서 판매되는 제품을 함께 확인했더니 ‘스틸렌부타디엔공중합체(SBC)’ 계통의 물질을 공통적으로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리대 접착제로 주로 쓰는 SBC는 국제암연구기관(IARC)에서 발암물질로 분류하지 않은 물질이다. 미국에선 식품첨가물로도 사용되고 있다.

김춘래 식약처 의약외품정책과장은 “검증위원회와 함께 생리대 전수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업체명, 품목명, VOCS 검출량, 위해평가 결과를 모두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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