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청 식수원 대청호 16년만에 최악의 녹조, 식수원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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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충북 옥천군 군북면 추소리 대청호 상류가 녹조 발생으로 짙은 녹색을 띠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달 27일 충북 옥천군 군북면 추소리 대청호 상류가 녹조 발생으로 짙은 녹색을 띠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대전과 충청지역 식수원인 대청호의 녹조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대청호 상류인 회남수역(충북 보은)에 지난달 26일 내려진 조류 경보는 한 달 만에 모든 수역으로 확대됐다.

2001년 ‘조류 대발생’ 이후 회남수역 남조류 최고치 #회남수역 조류 경보 한 달 만에 모든 수역으로 확대 #아직까지 물고기 집단 폐사없지만 대응책 마련 고심 #물순환시스템 수차·분말 활성탄 투입, 심층수 취수

현재 회남수역 남조류는 20만cells/㎖를 넘어섰다. 2001년 이 수역에 최초로 조류경보 ‘대발생’이 내려진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조류경보는 2주 연속 남조류가 1000cells/㎖ 이상이면 ‘관심’, 1만cells/㎖ 이상 ‘경계’, 100만cells/㎖ 이상일 경우 ‘대발생’을 발령한다.

지난달 27일 충북 옥천군 군북면 추소리 대청호 상류가 녹조 발생으로 짙은 녹색을 띠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달 27일 충북 옥천군 군북면 추소리 대청호 상류가 녹조 발생으로 짙은 녹색을 띠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조류경보가 내려질 당시 회남수역 남조류는 4594cells/㎖였다. 하지만 2주만인 지난 7일 2만724cells/㎖로 급증해 ‘관심’에서 ‘경계’로 강화됐다. 지난 21일엔 녹조가 20만6126cells/㎖로 치솟았다.

더욱이 물이 하류로 이동하면서 지난 7일과 21일 문의(청주)와 추동수역(대전)에도 ‘관심’ 단계인 조류경보가 발령됐다.

대청호가 녹조에 취약한 것은 호수의 특성 때문이다. 금강 중류에 댐을 막아 만든 인공호수인 대청호는 물이 머무는 기간이 연간 162일로 매우 길다. 또 상류에 축사 등 오염원이 많은 것도 원인 중 하나다.

녹조 발생으로 짙은 녹색이 된 대청호 물. 프리랜서 김성태

녹조 발생으로 짙은 녹색이 된 대청호 물. 프리랜서 김성태

녹조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일종인 남조류가 과다 증식해 발생한다. 수온이 25℃ 이상인 상태에서 인·질소 등 영양염류가 풍부해지면 남조류가 필요 이상으로 불어나 악취를 일으킨다.

더욱이 식물성 플랑크톤이 대대적으로 번식했다가 한꺼번에 죽으면서 물속에 가라앉아 썩게 된다. 이로 인해 깊은 호수 밑바닥에서는 식물성 플랑크톤 사체가 세균이나 곰팡이 등에 의해 분해된다.

이때 물속의 산소가 고갈되면서 퇴적토에서 독성이 있는 황화수소가 배출돼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기도 한다.

금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녹조가 예년보다 심하지만, 아직 상수원 수질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고 물고기 집단폐사 등도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상황이 악화할 것에 대비해 여러 가지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1998년 조류경보제를 도입된 대청호는 1999년과 2014년을 제외하고 해마다 경보가 발령됐다. 길게는 석 달이 넘도록 이어진 적도 했다.

국립환경과학원 금강물환경연구소 측은 “남조류가 성장을 멈추려면 수온이 20도까지 떨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녹조 제거를 위해 대청댐관리단이 물순환시스템인 수차(수면 포기기)를 가동해 용존산소량을 늘려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녹조 제거를 위해 대청댐관리단이 물순환시스템인 수차(수면 포기기)를 가동해 용존산소량을 늘려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이에 따라 대청댐관리단은 녹조 제거를 위해 소옥천이 합류되는 추소수역에 조류 제거선을 투입하고, 물순환시스템인 수차(수면 포기기) 15대를 가동해 용존산소량을 늘려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

대전시와 청주시도 분말 활성탄을 투입해 조류로 인해 발생하는 맛과 냄새를 없애고 조류 영향을 덜 받는 심층수 취수에 나서고 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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