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해외생산 차종 국내 반입 불가’ 단협조항 때문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546호 18면

국내선 볼 수 없는 현대 고성능차 ‘N’

다음달 정식출시되는 현대의 첫 고성능버전 ‘i30N’. 오른쪽은 N브랜드의 엠블럼. [사진 현대차]

다음달 정식출시되는 현대의 첫 고성능버전 ‘i30N’. 오른쪽은 N브랜드의 엠블럼. [사진 현대차]

현대차 입장에서 2017년은 각별한 의미가 있는 해다. 오는 12월 29일로 회사가 창립 50주년을 맞기 때문이다. 노조 파업, 통상임금 판결 등 국내 리스크에 미국·중국 등 해외 판매 부진까지 겪는 상황에서 턴어라운드가 절실한 상황이다.

노조 분파들 간 선명성 경쟁 몰두 #울산 생산성 앨라배마 절반 수준

특히 올 3분기(7~9월)에는 현대차의 첫 고성능 차량 ‘N’이 정식 판매에 들어간다. 세계에서 가장 가혹한 주행코스로 알려진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과 남양연구소의 첫 영문자 ‘N’을 딴 이름이다. 정의선 부회장이 스카웃한 독일 BMW 출신 엔지니어 알버트 비어만이 지난 3년간 공을 들인 작품이기도 하다. N의 첫 번째 모델 ‘i30N’은 다음달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된다. 지난달 독일에선 한정 공개분 100대가 사전계약 이틀 만에 모두 판매됐다.

국내 자동차 역사에서 기념비적 모델로 기록될 가능성이 큰 i30N이지만, 정작 국내에선 판매가 어려울 전망이다. ‘해외생산 차종에 대해 노조 동의 없이 국내에 반입할 수 없다’는 현대차 노사의 단체협약 조항 때문이다. i30N은 체코 공장에서 양산에 들어간다. 지난해 내수 점유율이 36%에 그친 현대차 입장에선 단협 조항이 아쉬울 따름이다. 현대차 국내영업본부 관계자는 “노조가 합의만 해 준다면 소량이라도 들여온다는 게 경영진의 의중이지만 노조와의 갈등을 감수하면서까지 강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울산 공장에서 생산되는 벨로스터의 풀체인치 모델이 국내 첫 고성능 판매 모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노조는 10여 개 분파로 나뉘어진 노조 조직이 이슈가 생길 때마다 선명성 경쟁을 벌인다. 2년 임기의 집행부가 단 한 번도 연임에 성공한 적이 없을 정도다. 지난 6월에도 노조는 소형 SUV ‘코나’ 출시 직전까지 ‘맨아워(라인당 배치하는 근로자 수)’ 협의를 놓고 회사와 갈등을 거듭했다. 이항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생산 라인을 부당하게 막으면 지적을 해야 하는데 노조와 심정적으로 가까운 정치인·언론이 이를 방기했다”며 “노조 리스크로 인한 이미지 훼손이 더는 없어야 현대차가 원하는 브랜드 가치 회복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을 비롯한 국내 조립 라인은 생산성에서 해외에 비해 뒤진다. 울산공장은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는 데 26.8시간 걸리지만, 미국 앨라배마공장은 14.7시간이면 충분하다. 지난해 현대기아차 전체 생산량(825만 대) 가운데 국내 생산분은 39.3%(약 323만 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고전 중인 상황에서도 과도한 임금인상을 요구한다면, 완성차 업체 입장에선 닛산·GM과 같이 현지 생산을 더욱 늘리는 편이 현명한 선택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