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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과연 북한을 선제 타격할 것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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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한반도 상황 전개와 관련해 지난 수주 동안 전쟁 이야기가 나왔다.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다. 2002년의 전쟁 히스테리를 촉발한 것은 북한을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지칭한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의 국정연설이었다. 단 한 줄 분량의 언급에 대해 한국 언론이 과민반응을 보인 것이다. 1994년에도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에 호전적으로 반응할 경우에 대비한 비상계획이 전쟁 공포를 일으켰다. 이번에는 전쟁의 수사(修辭)가 훨씬 강렬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세계가 이제까지 본 적이 없는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 북한에 경고했다. 한편 허버트 레이먼드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의 공세적 핵무기·미사일 개발계획에 대해 미국이 선제 타격으로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군사 대응은 어디서나 #비례적 대응과 신중함이 특징 #트럼프의 과장법 구사 이면엔 #국민과 민주·공화 초당적 지지

이에 대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모든 당사국이 긴장 수준을 낮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이 한국과 사전 협의하지 않고서는 그 어떤 대북(對北) 군사행동도 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그의 발언에 대해 조셉 던퍼드 미 합참의장은 군사행동 이전에 미국이 당연히 한국과 사전 협의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한편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북한의 도발 자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미국이 군사행동 가능성을 계속 열어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일련의 수사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선 미국과 한국은 보다 확고한 군사적 준비태세를 지금 당장 표명할 필요가 있다.

첫째로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확보하면 동맹국들에 대한 미국의 핵 억지 의지가 약화된다고 평양이 잘못된 결론을 내리게 해서는 안 된다. 북한은 ‘디커플링(de-coupling)’을 기대하는 것 같다. 디커플링은 미 본토가 위협받게 되면 미국이 동맹국 방어를 위한 핵무기 사용을 꺼리게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미 정책결정자들과 의회는 냉전 기간에 이러한 상황을 이미 체험했다. 또한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 방어에 대한 미국 국민의 지지는 최고 수준이다. 그럼에도 한·미 양국은 연합훈련과 정책 선언을 통해 능력과 의지를 확고히 입증해야 한다.

둘째로 한·미 양국은 평양의 점증하는 핵무기·미사일 능력에도 불구하고 양국이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는 점을 확실히 해 두어야 한다. 북한이 앞으로 천안함 공격 같은 위험한 도발을 감행할 경우 양국이 응징에 나설 가능성이 작아진다고 북한이 오판하게 해서는 안 된다.

셋째로 연합훈련과 결의 표명이 있어야 베이징으로 하여금 현 상태에 안주하는 태도를 버리게 만들 수 있다. 북한의 핵 위협은 새로운 수준에 도달했지만 북한에 대한 중국의 태도는 지나치게 유화적이다.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너무 강경하다. 또한 중국은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큰 북·미 대화에 집착한다.

북핵 위협은 새로운 수준에 도달했다. 따라서 힐러리 클린턴이나 젭 부시가 대통령에 당선됐더라도 트럼프 행정부와 매우 유사한 대응 단계를 밟아 갔을 것이다. 그들 또한 선제 타격을 예방책으로 신중하게 고려했을 것이다. 물론 그들은 트럼프와 달리 프로레슬링 중계에나 나올법한 과장된 언사는 구사하지 않았을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 전문가들은 서울이 비무장지대(DMZ)에서 가깝다는 것, 대규모 사상자가 나올 수 있다는 것 등 한반도의 정치·군사적 상황을 잘 안다. 선제 타격으로 분산·은닉돼 있는 북한의 핵무기를 과연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을지도 현실주의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 어떻게 군사력을 발휘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시리아 정부가 민간인들을 겨냥해 신경작용제를 사용하자 트럼프는 미군에 신중한 비례적 대응을 명령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아프가니스탄에서 추가 병력을 투입하고 새로운 군사전략을 실행하기로 결정했다. 시리아에서와 마찬가지로 비례적 대응과 신중한 군사력 사용이 특징이다.

미래의 사태 전개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다. 점점 더 위험해지는 북한의 행태는 한·미 양국과 국제사회의 대응을 촉구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과장된 수사를 걷어내고 살펴보면 미 행정부의 강경 대응이 기존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초당적 지지를 바탕으로 실행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우리가 무엇을 하건 우리는 함께 가야 한다는 인식을 군사안보 전문가들이 공유하고 있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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