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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문제 해결 아이디어가 세계에서 모였다… ‘2017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중앙일보

입력

독일 베를린시 로이츠베르크 지구에 있는 축구장 크기의 농장, ‘공주의 정원’은 매년 6만 명의 방문객이 찾는 관광 명소다. 그런데 불과 8년 전까지만해도 이 지역은 버려진 공터였다.
베를린 중앙역에서 직선거리로 4km에 있는 도심 한복판의 땅이었지만 베를린 장벽 붕괴 후 도시 개발 대상에서 제외됐다. 버려지다시피한 이 공간을 독일의 비영리 환경 단체 ‘노마딕그린(Nomadic green)'이 2009년 임차하면서 변신을 시작했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다음달 2일 개막 #'공유도시' 주제로 300여 개 프로젝트 전시 #평양 고위층 아파트 체험하는 '평양전' 눈길 #세계 도시의 환경·주거 문제 해법 소개

매년 1000여 명의 지역 자원 봉사자들이 모여 나무를 심고, 콩·가지·토마토 등 씨앗을 뿌렸다. 텃밭을 일군지 8년, 공주의 정원은 도심 속 휴식처이자 환경운동의 중심지가 됐다. 생물 다양성·채식주의·유기농법 등에 관한 강좌도 들을 수 있다. 정원 안의 상점에서는 이곳에서 생산된 농작물과 씨앗, 유기농 식자재가 판매된다. 채식 식당에서는 시민들이 재배한 채소를 이용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판매 수익은 친환경 기업을 지원하는 프로젝트에 쓰인다. 작물들이 담긴 화분부터 식당에서 쓰는 냅킨까지 모두 재활용품을 쓴다.

공주의 정원처럼 도시의 공간을 살리는 세계인들의 아이디어와 성공 사례가 서울에 모인다.

전 세계 도시의 환경·교통 문제 등 고민거리와 해결 방안을 나누는 ‘2017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이하 비엔날레)’가 다음달 2일부터 약 두 달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돈의문박물관마을 등 서울 시내 곳곳에서 열린다. 도시건축비엔날레는 1980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시작됐다. 서울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비엔날레에는 뉴욕·런던·상하이 등 세계 50개 도시에서 온 1만6200명이 참가한다.

비엔날레에서는 환경과 주거 문제 등을 해소한 세계 주요 도시들의 노력이 소개된다. 스페인 마드리드시는 2025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 도시를 목표로 교통 인프라를 정비하는 ‘드림 마드리드’ 프로젝트를 들고 왔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매연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구간을 추적하고 해당 지역 차량에 우선적으로 매연 저감 장치를 부착하는 게 골자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시는 임대료 상승 문제를 같은 직업군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살며 해결하는 ‘공동주거지도’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각 도시의 문제 해결 과정을 담은 사진과 영상들을 소개하며 비슷한 문제를 가진 전 세계 대도시에 다양한 해법을 제시할 예정이다.

2017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공식 포스터. [사진 서울시]

2017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공식 포스터. [사진 서울시]

서울시는 ‘공유도시’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자원과 공간, 지식을 공유함으로써 도시 문제를 해결한다는 아이디어다. 공공자전거 ‘따릉이’와 대학가에 거주하는 독거노인과 청년을 연결하는 ‘한지붕 세대공감’등이다.‘공유도시’를 주제로 300 여개의 전시와 현장 프로젝트, 시민참여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평양시 고위층의 삶을 체험하는 전시도 있다. DDP에 36㎡ 규모의 평양 아파트 모델하우스가 소개되는 ‘평양전’이다. 북한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평양 ‘은하과학자 거리’에 위치한 초고층 호화 아파트를 재현했다.

현관·거실·부엌 등 아파트 내부를 북한에서 입수한 가구·벽지 등 인테리어 소품으로 꾸몄고, 옷·과자와 등의 생활용품도 모두 북한 현지에서 조달했다. 평양 주민의 삶을 보여주는 북한 영화도 함께 상영된다.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평양의 아파트를 체험해 볼 수 있다. 실제 북한에서 쓰는 벽지와 가구 등을 들여왔다. [자료 서울시]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평양의 아파트를 체험해 볼 수 있다. 실제 북한에서 쓰는 벽지와 가구 등을 들여왔다. [자료 서울시]

평양 상류층이 거주하는 고층 아파트 밀집 지역. [사진 서울시]

평양 상류층이 거주하는 고층 아파트 밀집 지역. [사진 서울시]

참여형 행사로 서울 종로 세운상가 일대에서 진행되는 현장프로젝트가 준비돼 있다. 1980년대까지 ‘세운상가에 가면 잠수함도 만들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자제품의 메카로 불렸던 세운상가는 1990년대 용산 전자 상가가 들어서며 쇠락했다. 서울시는 2019년까지 ‘다시세운프로젝트’를 통해 세운상가에서 퇴계로에 이르는 1㎞ 구간을 4차 산업 제조업 중심지로 부활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뇌파를 감지해 최적의 보행 환경을 찾아주는 '똑똑한 보행도시' 체험전. [사진 서울시]

뇌파를 감지해 최적의 보행 환경을 찾아주는 '똑똑한 보행도시' 체험전. [사진 서울시]

비엔날레 기간 중 세운상가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로봇과 3D 프린터를 이용해 조형물을 만드는 ‘로봇워크숍’, 보행환경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뇌파로 측정해 걷기 좋은 길을 제안하는 ‘뇌파산책’ 등의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어린이 워크숍에서는 도시 건축에 관한 다양한 전시 프로그램을 직접 만져보며 체험할 수 있다. [사진 서울시]

어린이 워크숍에서는 도시 건축에 관한 다양한 전시 프로그램을 직접 만져보며 체험할 수 있다. [사진 서울시]

서울비엔날레의 국내 총감독인 배형민 서울시립대 교수는 “시민과 각계 전문가들이 교감하면서 서울의 도시 건축을 함께 논의하는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현장 프로젝트를 통해 공유도시 서울의 가능성을 발견하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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