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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식 개입주의…아프간엔 "백지수표 없다", 인도엔 "도와달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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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 저녁(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알린턴 포트 마이어 군기지에서 아프가니스탄 신전략을 공개하는 대국민 연설을 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 저녁(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알린턴 포트 마이어 군기지에서 아프가니스탄 신전략을 공개하는 대국민 연설을 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지원에 백지수표는 없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인접 강국 인도를 향해 “남아시아 평화와 안보라는 공동 목표를 위해 아프가니스탄 경제 원조 및 개발을 도와달라”고 요구했다. 일종의 트럼프식 개입주의를 천명한 셈이다. 동북아에서 중국에 수천억 달러 무역흑자와 슈퍼 301조 발동을 무기로 북핵 해결에 나서라고 압박하는 것과 닮은 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9시 버지니아주 포트 마이어 군 기지에서 전국에 생중계된 연설을 통해 새로운 아프가니스탄 전략을 공개했다.

그는 “취임 초부터 원래 내 직감은 아프가니스탄 철수였고, 직감을 따르고 싶었다”면서도 “2011년 이라크에서 성급한 철수가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 확산을 불렀던 실수를 아프간에서 반복할 순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 전략의 핵심 기둥은 ‘타임 테이블에 기반을 둔 접근’에서 ‘상황과 조건에 기반을 둔 접근’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적들은 결코 우리의 계획을 알아선 안 되며, 우리가 철수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고 믿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과거 미국이 언제 군사행동을 시작하고, 끝낼지 날짜를 예고한 것이 얼마나 비생산적이었느냐고 하면서다. 그러면서 새로운 전략에 따른 구체적인 아프간 증원 병력 규모와 향후 군사행동 계획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이미 2001년 9ㆍ11테러 직후부터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을 기록 중인 아프간 전쟁이 보다 장기화할 수 있음을 예고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간 신전략의 두 번째 기둥은 “성공적 결과를 얻기 위해 군사력뿐 아니라 외교ㆍ경제력 등 미국 국력의 도구를 통합하겠다”며 “언제일지 모르지만, 탈레반 일부를 포함하는 정치적 타결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접 핵보유국들인 인도와 파키스탄을 향해 각각 아프가니스탄 경제 재건과 대테러 전쟁 협조를 압박하는 새로운 전략의 핵심으로 제시했다.
특히 파키스탄을 향해선 “우리는 파키스탄에 (대외원조로) 수십억 달러를 지불하고 있는 동안 그들은 우리가 싸우는 테러리스트에게 은신처를 제공한다”며 “이런 상황은 즉시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도에 대해서도 “미국의 전략적 동반자이자 세계 최대 민주주의국가이며 핵심 안보ㆍ경제 파트너”라고 치켜세우면서도 무역흑자를 조건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더 많은 역할을 요구했다.
그는 “인도가 아프간 안정에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는 데 감사하지만 미국과 무역을 통해 수십억 달러를 벌고 있는 만큼 아프간 경제 개발에 더 많은 도움을 원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부터 승리의 의미는 보다 분명해질 것”이라며 “IS를 지구상에서 없애며 알카에다를 궤멸하고 탈레반 아프간 점령을 차단하며 대규모 테러는 출현하기 전에 막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테러와 전쟁에) 승리할 것이지만 아프간 국가건설(nation-building)을 다시 하진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아프간 국민들이 어떻게 살아야 한다거나 그들의 복잡한 사회를 어떻게 다스릴 지 지시하진 않을 것"이라고도 분명히 했다.
아프간 정부를 향해서도 “우리의 공약이 무한정 계속되거나 우리의 지원이 백지수표(blank check)는 아니다”며 “군사적, 정치적, 경제적 책임을 나눠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 본능은 철수지만 이라크처럼 테러 은신처 안 돼" #"테러와 싸움엔 승리…국가건설 다시 안 할 것" #아프간 병력 증원 규모, 철수 시점 등 공개 안 해 #WP "수렁에서 철수도, 적극 개입도 아닌 어중간"

워싱턴 포스트는 이날 발표에 대해 “해외의 값비싼 수렁에서 철수하는 것도, 분쟁에 개입해 결정적 승리를 얻는 것도 아닌 중간을 택했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전임자처럼 아프간에서 빠르고, 쉽게 승리하는 길은 없으며 그렇다고 빠른 패배는 받아들일 수 없는 선택이라는 우울한 현실을 직면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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