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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새 대법원장 후보, 정치적 중립 확실히 밝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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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김명수 춘천지방법원장을 신임 대법원장 후보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양승태 현 대법원장보다 연수원 기수로는 13기, 나이로는 11세나 아래다. 국회 인사청문회와 임명동의안 절차를 무사히 통과하면 대법관을 거치지 않는 대법원장은 반세기 만의 일이 된다. 청와대의 설명처럼 “관행을 뛰어넘는 파격”이다. 문 대통령의 강력한 사법개혁 의지에 따라 지명됐음을 고려할 때 격변의 사법부가 예상된다.

김 후보자의 특징은 ‘진보 성향’으로 압축된다. 그는 진보 성향 판사들의 연구단체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그 후신에 해당하는 ‘국제인권법연구회’ 초대 회장을 지낸 대표적인 진보 인사로 분류된다. 우리법연구회는 노무현 정부 시절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을 지지했던 주축 세력이었다.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올 초 ‘사법부 블랙리스트’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제기하고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주도하며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에 반기를 들었던 단체다. 새로운 사법 권력이 부상할 수 있다는 점을 배제할 수 없다.

대법원장의 교체는 사법부의 대규모 지각변동을 의미한다. 새 대법원장은 문 대통령의 임기 5년 동안 대법관 13명 중 10명을 제청하게 된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3명씩에 대한 지명권도 갖는다. 제청권과 지명권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사법부의 구도와 색깔을 바꿀 수 있다는 얘기다.

김 후보자는 다음달 24일로 끝나는 양 대법원장의 뒤를 이어 6년간 사법부를 이끌 예정이다. 대법원장이 개혁이란 미명 아래 특정 성향이나 단체에 휘둘리면 곤란하다. 일각에선 정치적 중립성과 법적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김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사법권 독립과 정치적 중립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천명하길 기대하며, 우리는 이를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