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랍의 봄’ 도화선 된 시위 주도한 요르단인 난민 인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요르단의 반정부 운동가에 대한 정치적 탄압 상황을 보여주는 현지 기사. 요르단 정보국이 반체제 민간인들을 체포했다는 내용이다. [알자지라 뉴스 캡쳐]

요르단의 반정부 운동가에 대한 정치적 탄압 상황을 보여주는 현지 기사. 요르단 정보국이 반체제 민간인들을 체포했다는 내용이다. [알자지라 뉴스 캡쳐]

중동의 민주화 운동이라 불리는 ‘아랍의 봄’의 도화선이 된 시위에 참여했다가 정치적 박해를 받은 요르단 공무원 출신 A씨가 난민 지위를 인정 받았다. 유튜브, 현지 인터넷 신문 등에 게재된 그의 집회 발언과 영상이 시위 활동을 입증하는 주요 증거가 됐다.

2015년 인천공항 입국 직후 난민 신청 #법무부는 "박해받을 것이라는 공포 인정 못해" #서울행법, 시위 참여 유튜브 영상 등 근거로 인정

서울행정법원 차지원 판사는 9일 A씨에 대한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출입국관리소)의 난민불인정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앞서 2015년 12월 28일 출입국관리소는 “박해를 받을 것이란 공포를 가진 것으로 볼 수 없다”며 A씨의 난민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A씨는 요르단의 한 지역 청년위원회에서 활동하며 2011년~2014년 정부의 부패 척결,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를 주도했다. 2010년 말 튀니지에서 시작된 아랍의 봄 시위의 열기가 요르단으로도 확산되자 A씨는 더욱 적극적으로 시위에 나섰다. 2012년엔 요르단 왕실이 개입된 부정축재 비리를 폭로하면서 친정부 성향의 동료 공무원들에게 구타를 당하기도 했다.

요르단 왕실 측에선 같은 해 A씨에게 금품을 건네며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지 말고 왕에 대해 비판하지 말라”고 회유했지만 A씨는 이를 거절했다. 정치적 박해를 견디지 못한 A씨는 2014년 11월 단기방문 자격으로 인천공항에 입국해 출입국관리소에 난민 신청을 했다.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는 쉽지 않았다. 쟁점은 A씨가 정부로부터 박해를 받을 만한 정치적 활동을 실제로 했는지였다. 분쟁이 잦은 시리아, 이라크 등에 비해 요르단의 정치 상황이 비교적 안정돼 있다는 것도 A씨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입헌군주국(헌법 체계 아래서 세습ㆍ선임된 군주를 인정하는 정부 형태)인 요르단은 이스라엘, 시리아, 이라크, 사우디 아라비아 등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하지만 2011~2012년 요르단 현지 인터넷 기사와 민영방송국 보도, 유튜브 동영상 등이 재판에 증거로 제출되며 상황이 바뀌었다. A씨가 실제 시위에 참여했음이 확인된 것이다. A씨는 2014년 자신의 SNS에 반정부 시위를 독려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재판부는 “A씨의 정치적 활동은 인터넷 신문기사, 유튜브 동영상 등 객관적 증거에 의해 뒷받침 된다”며 “반정부적인 활동을 적극적, 주도적으로 했던 사정을 보면 정치적 박해에 대한 공포엔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판단했다.

국내 난민 신청은 2011년 1011건에서 2016년 7542건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난민 신청자 중 실제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은 98명(1.3%)이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