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바르셀로나 차량 테러로 14명 숨지고 100여명 부상…희생자 34개국 출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스페인 바르셀로나 중심지의 최대 관광지인 람블라스 거리에서 17일(현지시간) 밴 차량이 행인들을 향해 돌진해 최소 14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망자 중에는 세 살 어린이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부상자 중 14명 가량은 중태인 것으로 파악돼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스페인 경찰은 용의자 4명을 체포했다.
람블라스 테러 이후 18일 새벽 바르셀로나에서 100㎞ 떨어진 남서부의 해안도시 캄브릴스에서도 2차 테러로 보이는 차량 돌진 사건이 벌어졌다. 민간인 6명과 경찰관 1명이 다쳤다. 경찰은 테러 용의자 5명을 사살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용의자들은 '가짜(fake) 폭발물 벨트'를 착용하고 있었으며, 경찰은 이 사건이 바르셀로나 차량돌진 테러에 이은 2차 공격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16일 저녁에는 바르셀로나에서 남서쪽으로 200㎞ 떨어진 알카나르의 한 주택에서 폭발물이 터져 1명이 숨졌다. 현지 경찰은 이곳 거주자들이 폭발물을 준비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바르셀로나 테러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는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17일 차량 테러가 발생한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람블라스 거리. [AP=연합뉴스]

17일 차량 테러가 발생한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람블라스 거리. [AP=연합뉴스]

17일 테러가 발생한 스페인 바르셀로나 람블라스 거리를 현지 경찰이 통제 중이다.[EPA=연합뉴스]

17일 테러가 발생한 스페인 바르셀로나 람블라스 거리를 현지 경찰이 통제 중이다.[EPA=연합뉴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바르셀로나에선 하얀색 밴 차량이 오후 5시 쯤 카탈루냐 광장에서 람블라스 거리로 돌진했다. 약 500m를 달려 신문 가판대와 충돌한 뒤에야 멈춰섰다.
목격자들은 “차량이 빠른 속도로 달리며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공격하려는 듯 지그재그로 운전하며 행인들을 들이받았다”며 “사람들이 튕겨 나갔고, 마치 파도치듯 도망다녔다”고 현지 언론에 말했다. 거리에는 차량에 들이받혀 쓰러진 피해자들이 수십 명에 이르렀고, 비명을 지르는 이들도 다수 목격됐다. 관광객과 주민들이 비명을 지르며 내달리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고, 상당수는 상점에 들어가 수 시간씩 피신했다.
또 다른 목격자는 TEV 방송에 “테러 용의자는 갈색 머리를 한 20대로 보이는 젊은이였다”고 말했다.

현지 경찰이 공개한 용의자 드리우스 엘와크비르(28)의 사진. 그는 테러에 사용된 차량을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경찰이 공개한 용의자 드리우스 엘와크비르(28)의 사진. 그는 테러에 사용된 차량을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경찰은 용의자 4명을 체포하고 차량을 빌린 모로코 국적인 드리스 엘와크비르(28)의 사진을 공개했다. 영국 가디언은 "현지 경찰이 람블라스 거리에서 광란의 질주를 벌인 승합차 운전자의 신원을 18세 무사 엘와크비르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무사는 앞서 체포된 드리스의 동생이다.
현지 언론은 드리스가 바르셀로나에서 25㎞ 떨어진 렌터카 업체에서 범행에 사용된 밴 차량을 빌려왔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그는 언론을 통해 공개된 자신의 사진을 보고 직접 경찰을 찾아가 “신분증을 도난ㆍ도용당했다”고 주장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
현재 경찰은 인근 지하철역과 점포ㆍ레스토랑을 봉쇄하고 교통을 통제 중이다.
스페인 경찰은 이번 테러를 192명을 숨지게 했던 2004년의 마드리드 열차 연쇄 폭탄 테러 이후 최대의 테러로 보고 있다.

스페인 경찰이 바르셀로나 람블라스 거리에 돌진한 테러 차량을 조사 중이다. [EPA=연합뉴스]

스페인 경찰이 바르셀로나 람블라스 거리에 돌진한 테러 차량을 조사 중이다. [EPA=연합뉴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휴가를 취소하고 마드리드로 향했다. 그는 차량 테러에 대해 “지하디(이슬람 성전) 테러”라 규정하고 “희생자와 가족들에게 슬픔과 추모 , 연대를 전한다”고 밝혔다.
스페인 당국에 따르면 사상자들은 스페인,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벨기에, 페루, 루마니아, 아일랜드, 쿠바, 그리스, 마케도니아, 영국, 오스트리아, 파키스탄, 대만, 캐나다, 에콰도르, 미국, 필리핀, 쿠웨이트, 터키, 중국 등 최소 34개국 국적자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주스페인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영사가 현장에 파견돼 한국인 피해 상황을 조사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는 접수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스페인 경찰이 테러가 발생한 거리에서 관광객들을 피신시키고 있다.

스페인 경찰이 테러가 발생한 거리에서 관광객들을 피신시키고 있다.

관련기사

유럽에서는 차량을 이용한 테러가 빈발하고 있다.
복잡한 장치나 폭발물, 총기 대신 누구나 쉽게 조달할 수 있는 차량을 이용해 고도의 기술 없이도 큰 인명 피해를 내는 ‘로테크(Low-tech)' 테러가 반복되고 있다. 특히 무방비 상태의 불특정 다수 민간인을 공격 대상으로 삼는 ‘소트프 타깃' 테러이기도 하다.
지난해 7월 프랑스 니스에서 발생한 트럭 테러를 시작으로, 지난해 12월 독일 베를린의 크리스마스 시장 트럭 테러, 지난 4월 스웨덴 스톡홀롬 백화점 차량 돌진 테러, 지난 6월 런던 웨스트민스터다리에서 벌어진 SUV 차량 돌진 테러가 연이어 발생했다. 지난 1년 새 유사 수법 공격이 12건이나 된다.
본거지에서 수세에 몰린 IS는 조직 존폐의 위기를 타개하려 해외에서 단순수법 테러를 선동하는데 애를 쓰고 있다고 유엔 보고서는 분석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서울=홍주희 기자 sunt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