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국공립대 입학금 폐지 선언 … 사립대 ‘재정 손실 뻔해’ 고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국공립대들이 신입생으로부터 걷던 입학금을 내년부터 폐지하겠다고 17일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입학금 폐지를 받아들인 것이다. 국공립대들은 대신 정부의 재정 지원을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41개 국공립 총장 “대신 지원 확대를” #사립은 입학금 비중 높아 폐지 난감

전국 41개 국공립대 총장들의 협의체인 국공립대총장협의회는 이날 정기총회에서 입학금을 전면 폐지하기로 결의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언급했던 대입 전형료 인하도 다음 달 수시모집부터 적용키로 했다.

국공립대총장협의회장인 윤여표 충북대 총장은 “학생 수가 줄고 등록금을 8년간 동결해 대학도 사정이 어렵지만, 학생·학부모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공립대가 솔선수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협의회엔 경북대·부산대·전남대·군산대·금오공대 등이 참여하고 있다.

국공립대 총장들은 총회 직후 이어진 교육부 관계자와의 간담회에서 재정 지원 확대와 대학의 장학금 지급 비율 인하 등을 건의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장학금 비율을 낮추겠다는 것은 학생 입장에서 학교에 내는 비용이 변하지 않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대신 국공립대 지원 확대는 정부의 국정과제인 만큼 연내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공립대들이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인 건 사립대와 달리 재정에서 입학금의 비율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국공립대 41개곳의 입학금 수입(2015년)은 총 151억원으로, 한 곳당 3억~4억원 정도다. 전체 세입의 0.4%에 그친다.

지역 국립대의 한 기획처장은 “정부가 국립대의 교육비를 서울 주요 사립대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공약한 만큼, 국립대가 포기하는 입학금보다 더 많이 지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날 국공립대의 ‘공동 선언’에 따라 입학금 폐지에 미온적이던 사립대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신미경 교육부 대학장학과장은 “이르면 이달 말 사립대 기획처장들이 참여하는 ‘입학금 폐지 전담팀’을 구성할 예정이다. 각 대학들이 걷는 입학금의 용처와 산정 기준에 대한 실태조사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립대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사립대들의 평균 입학금(67만8000원)은 국공립대(14만3000원)의 5배에 이른다. 동국대(102만4000원)·한국외대(99만8000원)·고려대(99만6600원) 등 서울 소재 사립대는 대개 90만원이 넘는다. 사립대의 입학금 총액은 세입액의 2.1%에 이른다.

서울 사립대의 한 기획처장은 “입학금이 법적 근거가 모호하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사립대의 재정엔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한다”며 “등록금이 동결된 상황에서 무작정 입학금을 폐지하면 재정이 큰 타격을 받는다”고 밝혔다.

지역 사립대의 부총장은 “국공립대와 달리 사립대는 정부로부터 특별한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인데, 이를 따라야 할 지 의문”이라면서도 “하지만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 등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성의’를 보여야 할 상황이라 난감하다”고 털어놨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