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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미’ 롯데 신본기, 마음도 실력도 기본기 탄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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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최근 아동 양육시설 아이들에게 밥을 산 신본기. [김원 기자]

최근 아동 양육시설 아이들에게 밥을 산 신본기. [김원 기자]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연봉 5000만원 받는 선수가…’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사진 한장이 올랐다. 사진에는 부산의 한 식당에서 10만 8500원이 찍힌 영수증과 이를 계산한 체크카드가 담겨 있었다. 카드 소유자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신본기(28)다. 이 게시물을 올린 사람은 “(신본기가) 매달 10만원씩 고아원 아이들에게 밥을 사준다”고 적었다.

평균 안 되는 연봉에도 기부천사 #봉사하다 만난 여친과 12월 결혼 #군 제대 후 시즌초 부진 털고 맹타 #득점권 타율 팀내 3위 ‘공포의 9번’

지난 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만난 신본기는 “화제 될 일이 전혀 아닌 데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과분한 칭찬을 받았다”며 “봉사활동을 하면서 내가 아이들을 통해 얻는 게 더 많다. 오히려 아이들에게 고맙다”고 했다.

신본기는 4년 전부터 부산 암남동에 있는 아동 양육시설 ‘마리아꿈터’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아무래도 시즌 중에는 시간을 내기 어렵다. 그래서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여자친구에게 카드를 주고 식사를 할 때 계산을 하라고 했다. 다른 분이 사진을 찍어 올린 것 같다”고 말했다. 신본기는 봉사활동을 하다 만난 여자친구와 오는 12월 24일 결혼한다. 그는 “나를 정말 잘 챙겨준다. 요즘 보기 드문 착한 사람”이라며 웃었다.

신본기는 야구계의 ‘파파미(파도 파도 미담만 나온다는 뜻)’다. 이미 롯데 팬들은 그를 ‘기부천사’라고 부른다. 그는 “고등학교(경남고)를 졸업하고 프로 진출에 실패했다. 야구를 그만두려고 마음먹었을 때 많은 분의 도움 덕분에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며 “내가 많은 사람한테 받은 만큼 돌려줘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실천에 옮기고 있다. 부모님께서도 어려서부터 돕고 사는 걸 좋아하셨다”고 밝혔다.

영수증이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화제가 됐다. [김원 기자]

영수증이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화제가 됐다. [김원 기자]

신본기의 올해 연봉은 5500만원이다. 올 시즌 프로야구 선수들의 평균 연봉인 1억3800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마음 씀씀이만은 억대 연봉 선수 못지 않다. 신본기는 2012년 롯데 입단 당시 받은 신인 계약금(1억2000만원)의 10%를 모교인 동아대에 기부했다. 2013년에도 500만원을 쾌척했다. 올스타전 번트왕 상금 200만원은 모두 부산 감천초등학교 후배들에게 전달했다.

실력도 일취월장하고 있다. 데뷔 첫해부터 3년간 백업 내야수로 뛰면서 경험을 쌓은 그는 2014시즌이 끝난 뒤 경찰야구단에 입대했다. 경찰야구단에서 약점인 타격을 집중 보완했다. 2016년 퓨처스리그 최다안타(116개)와 득점(95점)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제대한 그는 곧바로 1군 엔트리에 포함됐다. 25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9를 기록했다.

큰 기대를 안고 올 시즌을 맞이했지만 생각보다 잘 풀리지 않았다. 시즌 초반 부진으로 4월 말 2군에 다녀오기도 했다. 신본기는 “타석에서 힘이 많이 들어갔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잘하자고 마음먹은 뒤 잘 풀렸다”고 했다.

신본기의 후반기 타율은 0.305(82타수25안타, 16일 현재)다. 9번 타자지만 찬스에 강하다. 득점권 타율은 0.333으로 이대호(0.355)-전준우(0.345)에 이어 팀 내 3번째로 높다. 신본기의 별명은 ‘기본기’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비를 펼친다. 주 포지션은 유격수지만 최근에는 3루를 맡고 있다. 신본기가 3루에 선 이후 롯데 내야 수비도 안정을 찾았다. 롯데는 최근 10경기에서 8승2패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신본기는 “아마추어 때부터 나는 특출난 선수가 아니었다. 타고난 재능이 없는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본’에 충실해야 했다”고 밝혔다.

메이저리그의 격언 중에 ‘사람 좋으면 꼴찌(Nice guys finish last)’라는 말이 있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남을 배려하면 뒤쳐진다는 뜻이다. 신본기는 “상대를 이기기 위해선 악역을 맡아야할 때도 있다. 그라운드 안에서는 악착같이 플레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부산=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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