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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맨발로 욕실 들락날락 … 무좀·사마귀 가족끼리 옮기 쉬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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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이민걸 교수의 건강 비타민

무좀·옴 등 피부질환은 함께 사는 가족 간에 옮기기 쉽다. 주로 발을 통해 전파되므로 평소 발을 잘 씻고 꼼꼼히 말리며 욕실 슬리퍼를 따로 쓰는 게 좋다. [조문규 기자]

무좀·옴 등 피부질환은 함께 사는 가족 간에 옮기기 쉽다. 주로 발을 통해 전파되므로 평소 발을 잘 씻고 꼼꼼히 말리며 욕실 슬리퍼를 따로 쓰는 게 좋다. [조문규 기자]

사람은 미생물에 둘러싸여 있다. 성인의 피부 면적은 1.5~2㎡로 1㎠당 100만~10억 마리의 미생물(바이러스·박테리아·곰팡이·진드기)이 산다. 최근 의료계에서는 ‘미생물 생태계(microbiome)’, 특히 피부 미생물 연구가 활발하다. 사마귀(바이러스)·농가진(박테리아)·무좀(곰팡이)·옴(진드기) 등이 일으키는 피부질환을 연구한다.

피부질환 집안 내 감염 막으려면 #축축한 발이 먼지·미생물 운반책 #발가락 꼼꼼히 닦고 잘 말려야 #욕실 매트, 발 수건은 자주 갈고 #샤워할 땐 슬리퍼 신는 게 좋아

피부 미생물은 가족 사이에서 감염되기 쉽다. 침실·욕실·거실 등을 같이 쓰면서 옮긴다. 지난달 중순 캐나다 워털루대 연구팀이 동거 중인 남녀 10쌍의 피부 미생물 실태를 조사해 미국 미생물학회지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면봉으로 손·등·눈꺼풀·겨드랑이·배꼽 등 신체의 17곳을 문질러 미생물을 조사했다. 그 결과 미생물 정보만으로 동거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확률이 86%였다. 동거하는 남녀 간에 미생물 분포가 가장 비슷한 부분은 발이었다. 다음은 눈꺼풀이다. 감염 매개체는 피부 관리 제품, 반려동물 등이다.

피부 감염의 대표적 질환이 옴이다. 옴은 사람의 피부 각질층에 사는 옴진드기 때문에 발생한다. 요양병원 감염이 늘면서 병원이 주범처럼 알려졌지만 사실은 집에서 훨씬 더 많이 감염된다. 대한피부과학회지(2013년)에 실린 국내 25개 병원 공동연구에 따르면 옴 감염 추정 장소는 집이 66.7%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요양병원(8.7%)·종합병원(7.7%)·요양원(6.7%)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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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 감염은 70대(14.7%)가 가장 많았고 다음이 10세 미만(14.3%)이다. 이들은 사회 활동이 적고 가족 외 타인과 접촉하는 일이 드물다는 공통점이 있다. 병원 입원 중 감염되고서 퇴원한 가족에게 다른 가족이 감염되거나 병원 환자를 면회하러 갔다가 감염되는 경우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옴 감염 장소, 집 67% 요양병원 9%

옴은 옴진드기가 만드는 분비물이 일으키는 알레르기 반응인데 심한 가려움증을 수반한다. 비교적 위생환경이 열악한 열대지방과 개발도상국에서 잘 생긴다. 이들 나라에서 발생률이 4.4~8.7%나 된다. 한국은 1980년대까지 옴 발생률이 3.7~9.08%였지만 2000년대 들어 0.23~0.28%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아직 연간 4만 명이 넘는 환자가 옴 때문에 병원을 찾는다. 최근 3년간 꾸준히 늘고 있다.

옴진드기는 옷·수건 등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옮는다. 전염성이 매우 강해 가족 중 옴 환자가 있을 땐 이런 물품을 함께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증상이 없더라도 가족은 함께 치료받아야 한다.

아직 이런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옴 진단을 받은 윤모(45·여·서울 종로구)씨에게 “남편도 병원에 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편은 “시간이 없다”며 오지 않았다. 부부가 함께 약을 쓰도록 권고했지만 제대로 바르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남편도 얼마 후 옴에 걸렸다. 부부간에 옴을 ‘핑퐁게임’ 하듯 주고받은 것이다.

무좀도 가족 감염률이 높다. 대한피부과학회지에 발표된 국내 논문에 따르면 무좀 환자의 절반(54.6%)은 가족 중 무좀 환자가 있었다. 무좀은 피부 각질 조각을 통해 타인에게 전파된다. 각질은 특히 실내에서 맨발로 걸어다닐 때 잘 떨어진다.

사마귀도 가족 간 감염이 두드러지는 피부질환이다. 인유두종 바이러스(HPV)가 일으킨다. 미국 소아과학회지에 발표된 논문(2013년)에 따르면 가족 중 사마귀 환자가 있는 쪽은 그렇지 않은 쪽보다 사마귀 발병 위험이 2.1배 높았다. HPV는 특히 마루가 젖어 있을 때 쉽게 감염된다.

피부를 통해서만 미생물이 가족에게 옮는 게 아니다. 대상포진과 수두는 원인 바이러스가 같다. 어릴 때 앓은 수두 바이러스가 몸 안 신경절에 숨어 있다가 다시 활성화되면서 대상포진이 발생한다. 자녀가 수두를 앓으면 가족도 바이러스에 노출된다. 성인은 수두 바이러스에 노출돼도 수두가 걸리지 않는다. 오히려 대상포진 예방에 도움이 된다. 바이러스가 면역계를 자극해 수두 면역력이 강해지는 ‘면역증강’ 효과가 나타난다. 면역력이 좋아져 숨어 있는 바이러스를 더 잘 이겨내 대상포진 발생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최근 50~60대뿐 아니라 30~40대가 대상포진에 많이 걸리는 이유가 수두에 노출되는 인구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국제학술지 ‘백신’(2002년)에 실린 영국 공중보건연구소(PHLS) 전염병 감시센터 연구팀의 논문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에 따르면 아이들과 함께 사는 것 자체가 성인의 대상포진 발병률을 25% 낮추는 효과를 냈다. 다만 아직 이를 뒷받침할 만한 대규모 역학 연구는 이뤄지지 않았다.

가족 중 피부질환 있으면 함께 치료해야

가족이 박테리아·곰팡이·바이러스·진드기의 주요 감염 경로라는 점은 인정하긴 싫지만 사실이다. 물론 미생물 때문에 가족끼리 거리를 둘 필요는 없다. 미생물 교환은 수두와 대상포진처럼 긍정적인 영향도 있다. 하지만 옴·무좀·사마귀 등 피부 질환의 피해를 줄이려면 가족 전체가 나서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발 관리다. 피부질환이 발을 통해 전파되기 때문이다. 특히 맨발로 화장실·마루 등을 걸어다니게 되면 먼지·미생물 등 오염원과 접촉할 가능성이 크다. 개도국에서 피부질환 발생률이 높은 이유도 신발·양말을 잘 신지 않는 생활 방식 때문이다. 그렇다고 양말·신발을 신는 게 능사는 아니다. 오래 걷거나 운동하다 보면 발에 땀이 차는데 미생물은 이런 고온다습한 환경을 좋아한다.

발 관리의 핵심은 습기가 차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이다. 발을 씻을 때는 발가락 사이사이를 꼼꼼히 닦고 물기를 충분히 말려야 피부 미생물이 서식하지 않는다.

욕실 매트와 발 닦는 수건은 주기적으로 교체해 주는 게 바람직하다. 오래 활동했다면 양말·신발이 젖기 쉬우므로 잠시 말렸다가 다시 착용하는 것이 좋다. 샤워할 때는 슬리퍼를 사용한다. 욕실 슬리퍼는 개별적으로 마련해 두는 게 피부 질환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패혈증·폐렴으로 악화 위험 … 수포성 농가진은 항생제 써야

과거에는 종기가 흔했다. 종기를 치료하는 ‘고약’이 가정상비약일 만큼 환자가 많았다. 지금은 종기 환자가 거의 없다. 반대로 ‘농가진’은 여전히 많이 발생한다.

이 두 질환은 원인균(포도상구균)이 같다. 원인이 동일한데 발생률이 다른 건 감염 부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농가진은 피부 표면에, 종기는 피부 깊숙한 곳(진피·피하지방)에 균이 감염돼 발생한다. 위생 상태가 개선되고 면역력이 강해지면서 균이 몸 깊숙이 침투하기 어렵게 됐다. 농가진은 대부분 바르는 약으로 치료하지만, 물집을 만드는 ‘수포성 농가진’은 패혈증·폐렴 등 전신질환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항생제 등을 써야 한다.

◆이민걸 교수

연세대 의대 교수, 전 세브란스병원 피부과장, 대한피부과학회·피부연구학회 이사, 수지상세포학회·피부암학회 전 회장

이민걸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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