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떠난다더니…고충 들으러 현장 불쑥 찾아온 장관

중앙일보

입력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후보자. [연합뉴스]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후보자. [연합뉴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여름 휴가 중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부산의 여러 장소를 찾아 직원들의 고충을 들은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장관입니다" 밝히고서야 우체국장 만나

다수 관계자에 따르면 휴가를 떠났던 유 장관은 지난주 돌연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원자력의학원 중입자가속기 기반시설과 부산 해운대 우체국, 동래 우체국을 찾았다.

중입자가속기는 탄소 입자를 빛의 속도로 가속한 뒤 암세포만 정밀하게 조준해 사멸시키는 최첨단 암 치료기다. 각종 난치 암에서 높은 치료 효과를 나타내 '꿈의 암 치료기'로 불린다. 의료용 중입자가속기 사업은 지난 2010년 사업비 1950억원(국비 700억원, 지방비 500억원, 한국원자력의학원 분담액 750억원) 규모로 시작했지만, 원자력의학원이 분담금 750억원을 확보하지 못해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고 있는 상태다.

유 장관은 이러한 문제를 겪는 중입자가속기 기반시설 사업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찬반의 이야기를 꼼꼼히 듣고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유 장관은 해운대 우체국으로 향했다. 창구 앞으로 다가가 "우체국장님을 뵈러 왔다"고 말했지만 사전 예고 없이 찾아와 장관을 알아보지 못한 직원으로 인해 실랑이를 벌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장관이 "과기정통부 장관입니다"라고 밝힌 뒤에야 우체국장을 만날 수 있었다.

유 장관은 수행 직원 없이 우체국을 찾아 2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최근 문제가 되는 집배량 폭증에 따른 인력 부족 문제를 살피고 우체국 현장 근무상황을 챙겨봤다고 한다.

방문을 마친 유 장관이 동래 우체국으로 자리를 옮기려고 하자 해운대 우체국 직원들이 그를 목적지까지 태워 주려 했으나 그는 끝까지 손사래를 치며 택시를 잡아타고 자리를 떠났다.

과기정통부 대변인은 "미리 방문을 예고했더라면 준비된 직원들에게서 준비된 보고만 받게 된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방문한 것으로 안다"고 유 장관의 깜짝 방문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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