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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의 '데스노트' 또 통했다…박기영도 아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의당의 ‘데스노트(Death Note)’가 또 통했다.
1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임명된 박기영 순천대 교수가 전격 사퇴했다. 임명된 지 나흘만이다.
박 본부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제가 과학기술이라는 배의 항해를 맡았는데 배를 송두리째 물에 빠뜨린 죄인이라는 생각에 국민 모두에게 죄스러웠다. 그래서 묵묵히 모든 매를 다 맞기로 했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자진 사퇴 #정의당이 정치권 중 가장 먼저 사퇴 요구 #안경환, 조대엽 이어 세 번째 '희생자'

그는 “제가 노력했던 꿈과 연구 목표 그리고 삶에서 중요시 여겼던 진정성과 인격마저도 송두리째 매도됐다”며 “임기 중 일어난 사고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고 삶의 가치조차 영원히 빼앗기는 사람은 정부 관료 중 아마도 저에게 씌워지는 굴레가 가장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영화 '데스노트'의 한 장면 [중앙포토]

영화 '데스노트'의 한 장면 [중앙포토]

정의당의 사퇴 요구가 문재인 정부에서 고위 관료들에게 '데스 노트'로 통하는 건 이유가 있다.
‘데스노트’는 이름이 적히면 반드시 죽는다는 공책을 가리킨 말로 동명의 제목을 딴 일본 만화에서 유래한 단어다. 정의당의 사퇴 요구가 지금까지 100% 적중하면서 이같은 별칭이 붙었다.

11일 자진 사퇴를 선언한 박기영 본부장 [연합뉴스]

11일 자진 사퇴를 선언한 박기영 본부장 [연합뉴스]

정의당은 박 본부장의 임명에 대해 야권 중 가장 먼저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지난 8일 “과학기술 혁신을 진두지휘할 자리에 연구윤리와 연구비 관리에 문제가 있었던 인사를 앉히는 것이 문재인 정부가 진정 촛불 민심에 따라 적폐청산과 혁신을 하려고 하는지 다시 한번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최 대변인은 이어 “박 본부장은 양심과 윤리를 지키고자 하는 과학자들 앞에 당당히 설 수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기 바란다”며 사실상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야권이 반대한 문재인 정부 차관급 인사 결과

야권이 반대한 문재인 정부 차관급 인사 결과

 정의당이 차관급 이상에서 사퇴 요구를 한 건 박 본부장 이전엔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이들은 모두 자진해 사퇴했다. 반면 정의당이 빠진 채 자유한국당ㆍ국민의당ㆍ바른정당이 사퇴를 요구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은 임명됐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반대했던 이낙연 국무총리도 ‘무사’했다.
이날 박 본부장이 사퇴하면서 정의당은 100%의 ‘적중률’을 지키게 됐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박 본부장의 사퇴 직후 브리핑을 통해 “사태가 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전에 스스로 현명한 결단을 내려서 다행”이라고 밝혔다. 최 대변인은 “현 정부의 인사시스템에 대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구멍난 인사검증시스템을 전면보완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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