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 쓰는 노랑머리에 깜짝 놀랐시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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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외국인으로 알았습네다. 우리 말을 하는 것을 보고 동포인 줄 알았지요."

북한응원단의 변정화(22.평양 식료요리전문학교3)씨는 머리를 노란.파란색으로 염색한 젊은이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연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처음으로 남한 땅을 밟은 응원단원들은 대구의 모습에 대해 대부분 '낯설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머리 염색에 큰 거부감을 나타냈다. 변씨는 "우리 민족은 머리가 검은색인데 어째서 이상한 물을 들였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염색한 젊은이들을 봤을 때 생김새는 우리 동포인데 머리 색깔이 달라 외국인으로 착각했다"며 "우리 말을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빌딩들도 이들의 눈에는 익숙하지 않은 듯했다. 그는 "우리 전통 건축물은 보이지 않고 눈에 띄는 건 모두 서양식이어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날씨에 대해서는 "평양이나 대구나 한 나라인데 비슷하지요"라고 했다가 "솔직히 평양보다 더 덥습니다"라며 말을 바꿨다.

응원단원들은 한결같이 "김치가 아주 맛있다"며 "남조선에서는 김치를 많이 먹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이 때문에 대구시는 응원단의 식사에 마요네즈.케첩 등이 들어가는 음식은 내놓지 않고 있다.

김은주(20.평양 음악무용대학3)씨는 지난 21일 대구체육관에서 열린 남자배구 북한과 덴마크전에서 아리랑 응원단과 펼친 첫 합동 응원에 대해 "한 동포 한 핏줄이 왜 다른 좌석에서 응원을 해야 하느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응원단원 전원이 이번에 처음 남한을 방문한 탓에 생소한 점이 많을 것"이라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적응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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