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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량株 외국인들 사들여 물량 감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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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최근 증시에서 삼성전자.현대자동차.LG전자 등 고가.중가 우량주들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집중 매수에 힘입어 많이 올랐다. 때문에 앞으로 외국인들의 우량주 편식 현상이 해소되면서 그동안 소외됐던 중소형주가 장세를 주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그동안 사모았던 주식을 대거 팔지 않는 한 앞으로도 우량주가 더 많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인들의 집중 매집으로 우량주의 유통물량이 많이 줄어든 만큼 매수세가 조금만 유입되더라도 주가는 급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의 '빈익빈 부익부'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얘기다.

◆우량주 유통물량 줄어=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순매수 행진이 본격화한 지난 5월 28일 이후 22일까지 외국인들은 거래소시장에서 7조원 어치의 주식을 샀다. 이 기간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은 대부분 고가.중가 우량주인데 이들 주식의 주가상승률은 평균 41%로 주가지수 상승률 20%의 배를 넘는다.

이처럼 우량주의 주가가 많이 올랐는데도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우량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기 때문에 이들 주식의 유통물량이 많이 줄어 있는 상태"라며 "따라서 이들 주식에 많지 않은 자금이 유입되더라도 주가는 탄력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증권사의 분석에 따르면 외국인.기관.대주주들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팔지 않는다고 가정할 경우 시장 유통물량은 삼성전자가 8.8%에 불과하고, 국민은행 10.3%, 현대차 16.2%, LG전자 15.9% 등이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이 연초 53%에서 최근 57%대로, LG전자가 22%에서 29%로 높아지는 등 외국인 지분율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종목이 속출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대우증권 황준현 연구원도 "현재 거래소 시가총액 상위종목의 주요 주주 및 외국인의 보유 지분이 71%에 이른다"며 "소규모 매수만으로도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수급구조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순매수 계속될 듯=외국인들의 사자 분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우리증권 신성호 상무는 "전 세계적인 증시 상승세에 따라 한국과 관련이 깊은 미국 뮤추얼펀드로 자금이 계속 유입되고 있는 만큼 외국인 순매수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22일 원.달러환율이 13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환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도 외국인들의 주식투자를 부채질 할 것으로 보인다. 환율 하락에 따른 환차익과 주가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 등을 동시에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기관들도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우리은행은 연초 5백억원에 불과했던 주식 투자규모를 1천6백억원으로 늘렸으며, 신한은행도 3월 말 현재 2백80억원에서 7백억원으로 늘렸다.

그러나 JP모건 이승훈 상무는 "중소기업 대출 등으로 인해 은행의 기업부채가 크게 늘고 있는데다 통화량(M3) 증가율도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기관들이 주식 투자비중을 급격하게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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