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10명 중 6명은 공공기관과 대기업에 취업하길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취업 희망자는 7.9%, 창업(자영업 포함) 희망자는 5.6%에 불과했다. 숙명여대 이영민 교수팀의 ‘청년 삶의 질 실태조사’ 결과다. 취업에 성공해도 직장 만족도는 매우 낮았다. 85%가 이직을 고민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연봉이 적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도전보다 안정을 택할 수밖에 없는 청년의 퍽퍽한 삶이 수치로 입증된 셈이다.
대학생 중 창업 생각 5.6% 부과 #60%는 공공기관과 대기업 취업 원해 #중소기업 기피 이유는 급여, 복리후생 순 #취업준비생 되면 눈높이 다소 낮아져 #희망연봉 대학생에 비해 800만원 감소 #취업해도 85%는 이직 고민
이번 조사는 청년희망재단의 의뢰로 이뤄졌다. 만 19~34세 청년을 대학생(516명), 취업준비생(535명), 취업자(527명) 3개 집단으로 구분해 취업 및 고용, 자기계발, 가족·인간관계, 금융·채무 등에 관해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대학생 4명 중 3명은 지난 1년 간 아르바이트를 해본 경험이 있었다. 이유는 생활비 마련(85.4%)이 압도적이었고, 여행 경비 마련(27.5%), 사회 경험을 위해(26.3%) 등이 뒤를 이었다. 아르바이트 평균 시급은 7147원,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18.4시간으로 나타났다. 월 평균 지출액은 60만원인데 반해 평균 용돈은 32만원이었다. 55.4%가 부족한 부분을 아르바이트로 마련한다고 답했다.
대학생의 희망 직장은 공공기관(31.6%)과 대기업(26.9%)이었다. 직장을 선택할 때는 급여(36.4%)와 안정성(17.1%), 직무 적합성(13.0%) 등을 중요한 기준으로 봤다. 72.3%는 중소기업에 취업할 의향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조건이 맞을 경우에 한해서다.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이유는 급여(31.5%)→복리후생(23.1%)→고용 불안정(15.4%) 순이었다.
<대학생에게 결혼 의향 물었더니>
취업준비생 신분이 되면서 눈높이가 다소 낮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취준생들이 가장 일하고 싶은 직장으로 꼽은 건 공공기관(37.9%), 공무원(23.2%), 중소기업(17.9%), 대기업(15.1%) 순이었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앞선 건 취업이 쉽지 않다는 현실 인식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직장을 선택할 때 보는 기준도 급여수준(39.8%)과 안정성(21.5%)의 비중이 대학생에 비해 훨씬 높아졌다. 연봉에 대한 기대도 낮아졌다. 대학생의 취업 후 기대연봉은 3891만원이었지만 취준생은 3005만원이었다.
취업 스트레스가 일상 생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도 입증됐다.취준생의 74.2%가 인간관계 유지에 어려움을 경험한다고 답했고, 46.5%는 최근 극단적인 분노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식사도 대부분 혼자(68.0%) 해결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가족, 친구와의 식사보다는 ‘혼자가 편해서’라는 60.4%로 가장 많았다. 응답자의 51%는 결혼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결혼의 조건은 금전적 여유(39.3%)와 안정된 직장(32.4%) 순이었다. 59.4%는 자녀계획이 전혀 없는 상태라고 밝혔는데 ‘힘든 삶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라는 응답이 17.9%에 달했다. 이런 스트레스는 삶에 대한 만족도에서도 나타났다. 현재 삶에 대한 취업자와 대학생의 만족도는 각각 54점, 53점이었지만 취준생은 46점에 그쳤다.
<취업자의 현 직장 만족도는?>
취업을 해도 불안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현상도 뚜렷했다. 응답자중 35.1%만이 현 직장에 만족하고 있다고 답했는데 전체의 85%는 이직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이유는 생각에 못 미치는 임금이었다. 60.9%는 현재 연봉에 불만이 있다고 답했는데 기대연봉이 3585만원인 반면, 현 연봉은 2970만원이었다. 취업자들은 현 직장이나 직업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직무(19.2%)와 전공을 살리기 위해서(17.8%), 취업 가능성(11.4%) 순으로 답했다. 취업의 성공요인은 전공(31.1%), 직무경험(13.3%), 인맥(10.8%), 학벌(9.3%) 순이었다.
취업자의 월 평균 지출액은 200만원이었다. 평균 대출금액이 3940만원에 달했는데 대부분 주택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대출자중 84.7%가 상환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이영민 교수는 “전반적인 조사 결과에서 긍정적인 부분은, 모든 집단에서 삶에 대한 만족도가 과거에 비해 현재가, 현재에 비해 미래가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보였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