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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주한 에티오피아 대사관에 무슨 일이?…임금체불 진정 잇따라

중앙일보

입력

주한 에티오피아 대사관이 잇따라 임금체불 사건에 휘말렸다. 대사관에서 일했던 직원들이 퇴직하면서 에티오피아 대사를 상대로 우리나라 노동부에 진정서를 내면서다.

9일 서울서부지방검찰청과 서울노동청 서부지청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이 대사관에서 운전기사로 일했던 에티오피아인 D씨는 쉬페라우 자소 대사를 상대로 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D씨는 2012년 3월부터 대사관에서 운전기사로 일하다 지난 4월 퇴직했다. 그는 진정서에서 연장근무수당과 퇴직금 등 6000여만원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있는 주한 에티오피아 대사관 전경과 문패. [중앙포토]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있는 주한 에티오피아 대사관 전경과 문패. [중앙포토]

노동청의 진정사건 접수를 보고받은 서울서부지검은 사건을 형사5부에 배당했다. 대사에게는 근로기준법과 근로자의 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그러나 실제 처벌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외교관에게는 재판관할권 면제특권(면제특권)이 있기 때문이다. 외교관의 면제특권은 1961년 4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유엔 회의에서 채택된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한국은 1971년 1월에 이 협약 당사국이 됐다.

협약에 따라 외교관은 체포 또는 구금당하지 않고, 범죄를 저질러도 해당 국가의 재판을 받지 않는다. 다만 본인이 이런 특권을 포기한다면 법적 책임을 묻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외교관이 면제특권을 스스로 포기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대검찰청 예규상 외교관에 대한 진정사건은 당사자가 면제특권 대상자인지, 특권 행사 또는 포기할 것인지를 검찰이 외교부 통해 확인하고서 처분하게 돼 있다.

에티오피아 대사관은 지난해에도 임금체불 사건에 휘말린 적이 있다. 이 대사관의 전직 요리사가 역시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대사를 노동청에 신고했다. 자소 대사는 당시 외교부를 통해 면제특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검찰에 전달했다. 자소 대사는 지난해 3월 부임했다.

서부지검은 올 1월 요리사의 진정 사건을 불기소처분으로 종결했다. 검찰 관계자는 “외교부를 통해 대사의 면제특권 행사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며 “에티오피아 대사관의 의견이 오면 규정에 따라 사건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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