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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기타 女가수 10명 '추억의 무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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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40~50대 여성이 기타를 들고 앉아 연주하며 노래하는 모습을 떠올려 보라. 머리를 숙이고 기타를 연주하며 나직이 노래하는 그녀가 대학생인 아들.딸을 둔 주부일 수도 있다. 청바지를 입고, 생맥주를 즐기며 '아침이슬' 혹은 '찬비'를 부르던 그녀들….

최근 서울 마포구 대흥동의 한 음악 스튜디오에서 만난 7명의 여자들이 바로 그랬다. 70~80년대 가요계를 주름잡았던 여성 통기타 가수 10인의 모임 '우리들'이 한꺼번에 팬들 앞에 설 준비를 하고 있다.

양희은(아침이슬)씨를 비롯해 한경애(옛시인의 노래).박경애(곡예사의 첫사랑).채은옥(빗물).윤정하(찬비).장은아(이 거리를 생각하세요).박은옥(윙윙윙).남궁옥분(사랑사랑 누가 말했나).신형원(개똥벌레).신계행(가을사랑)씨가 그 주인공들이다.

지난 7년간 소문 없이 친목 모임을 가졌으나 오는 9월 20일 어린이대공원 돔아트홀에서 '보고 싶다'라는 제목으로 합동 자선콘서트를 열기로 했다. 그동안 '통기타'를 공통 분모로 만나던 모임을 벗어나 팬들을 보고 싶다며 마련한 공연이자 수익금 전액을 불우이웃돕기에 쓰기로 한 뜻깊은 자리다.

"20년 전 모습만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를 팬들을 다시 만난다 생각하니 슬그머니 겁이 나네요. '왜 저렇게 망가졌니?'라는 말을 들을까 봐요. 사실 가수나 팬이나 나이드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말이죠. "(웃음)

'우리들' 회원 중 어떤 이는 콘서트 계획이 확정되자마자 '이 모습으로는 안 된다'며 다이어트에 돌입했는가 하면, 어떤 가수는 오랜만에 설 무대를 너무 걱정하다 콘서트가 취소되는 꿈을 꿨다고 한다. 80년대 초반 이후 가수 활동을 접었던 박경애씨와 윤정하씨에게 이번 무대는 더욱 특별해 보인다.

"평소에는 화장도 안 하고 다닌다"는 朴씨는 현재 두 딸(대학생.고등학생)을 둔 엄마. 그러나 그는 "해외 출장이 잦은 남편을 돕기 위해 지난 10년간 남편의 회사에 나가 일을 도와주느라 더욱 바빴다"고 말했다.

84년에 결혼해 중.고교생 자녀를 둔 윤정하씨는 '무엇보다 집안 일이 우선인 여자'로 자신을 소개했다. "가수생활을 잊지 못해 94년에 '시집살이'라는 음반을 낸 적도 있어요. 하지만 주부로서 더 '왕성한' 생활을 했죠. 얼마 전 용기를 내 작은 무대에 서봤는데 사람들이 반가워하더군요."

엄마를 닮아서일까.자녀들이 음악을 하는 이들도 있다. 장은아씨의 대학생 장남은 실용음악(보컬)을 전공하는데 이어 고3인 둘째 역시 작곡과를 지망하고 있다.

집안 일 때문에 이날 참석하지 못한 한경애씨의 경우 고교생인 딸이 바이올리니스트를 지망하고 있다. 지금은 서로 연락이 안돼 만나지 못하고 있지만 언제가는 이연실과 박인희씨 등도 함께 만나고 싶다는 게 이들의 바람.

양희은씨는 "우리 10인을 기억하는 팬들이 더도 덜도 없이 옛 친구를 보고 싶어하는, 그런 마음으로 공연장을 찾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예매:티켓링크 1588-7890.

이은주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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