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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 예능' 속에서 등장한 청춘 예능, 성공할 수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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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스타일 예능 '열정 같은 소리' [사진 온스타일]

온스타일 예능 '열정 같은 소리' [사진 온스타일]

"욕해도 되나요?"

온스타일, 청춘예능 잇따라 편성 #'열정 같은 소리' '떠나보고서' 등 #tvN도 청년 목소리 담은 '알바트로스' #예능 안으로 들어온 청춘의 팍팍한 삶, 성패는?

'당신은 어떤 청춘인가요?'란 질문에 한 20대 청춘은 이같이 답한다. 또 다른 이는 '나는 찌들어 있는 청춘, 꿈을 못 찾는 청춘'이라고 외친다. 지난 2일 첫 방송된 온스타일의 예능 '열정 같은 소리'에선 이처럼 다양한 청년들의 목소리가 담겼다.

'열정 같은 소리'는 청년들이 출연하는 토크쇼 형식의 예능이다. 첫 회에서는 수저계급론과 최저시급, 홧김비용 등에 관한 솔직한 얘기가 오갔다. 상을 받은 시상식장에서 트로피를 경매에 부쳐 화제가 된 가수 이랑(31)과 잡지 '월간잉여'의 편집장 최서윤(30), 일러스트레이터 김나훔 등이 출연해 팍팍한 현실에 대한 속내를 털어놨다.

'아재(아저씨)' 예능 홍수 속에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청춘 예능이 나오기 시작했다. '열정 같은 소리'를 시작으로, 100만원으로 떠나는 청춘들의 여행기인 온스타일 '떠나보고서'가 8일 첫 방송 되며, 청년들의 아르바이트를 대신해주며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tvN '알바트로스' 또한 이르면 8월 말 방송된다.

예능 '열정 같은 소리' [사진 온스타일]

예능 '열정 같은 소리' [사진 온스타일]

연애할 여유조차 없어 섣불리 고백하는 대신 '썸(연애 하기 전의 미묘한 관계)'을 타거나, 남자사람·여자사람으로 일단 선부터 긋고 보는 세태 또한 예능에 담기기 시작했다. 지난달 12일 첫 방송된 SBS '미안하다 사랑하지 않는다-남사친 여사친'은 오랜 기간 친구인 두 연예인이 신혼여행 일정을 소화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보여준다. 지난 6월 시작한 채널A '하트시그널' 또한 남녀 일반인 출연자들이 한 집을 나눠 쓰는 하우스셰어링을 통해 일상생활을 이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서로의 마음을 떠보게 한다. 친구 사이인 일반인 네 팀, 총 8명이 3일간 여행을 떠나는 Mnet '내 사람친구의 연애'도 8일 첫 방송 된다.

사실 그동안 예능은 청춘들의 팍팍한 현실을 외면해왔다. 드라마에서는 현실성 떨어지는 실장님과의 사랑 즉, 신데렐라 스토리가 힘을 잃었고 취업과 연애, 진로를 둘러싸고 처절하게 애쓰는 청춘의 삶이 꾸준히 담겼다. tvN '미생', '혼술 남녀', MBC '자체발광 오피스', JTBC '청춘시대', KBS2 '쌈, 마이웨이'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예능만큼은 청춘 무풍지대였고, 어떤 형식의 예능이건 중장년층을 공략한 아재 예능이 대세였다.

JTBC드라마 '청춘시대'[사진 JTBC]

JTBC드라마 '청춘시대'[사진 JTBC]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드라마의 경우 현실의 문제 자체가 좋은 소재가 되고, 공감대를 높이려면 현실을 담아야 할 필요성도 있다"며 "반면 재미를 추구해야 하는 예능은 어두운 부분을 외면하려는 속성이 있어 이를 다루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떠나보고서'의 박주미 PD는 "그동안 청춘들의 삶 자체가 스펙이나 취업 등 너무나 어두운 부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예능 소재로 쓰기가 어려웠다"며 "최근에는 '욜로(YOLO)' 분위기가 생기면서, 적지 않은 돈이지만 노력하면 얻을 수 있는 돈 100만원으로 여행하는 법을 알려주면 청년들에게 위로가 될 것 같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는 "그동안 젊은 세대들이 짧은 영상 위주의 스낵컬처로 이동하면서 TV방송에서 멀어졌고, 자연스럽게 TV예능의 주 타겟층이 소비력을 갖춘 중년에게로 맞춰졌던 측면이 있다"며 "최근에는 방송이 짧은 클립 형태의 영상과 라이브방송 등을 통해 젊은 세대와 소통하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청년의 이야기를 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족예능, 관찰예능 등 식상한 포맷이 이어지면서 출연진과 소재를 다양화하려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웃음을 줘야 하는 예능이 청춘의 팍팍한 현실을 담기는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청춘들에게 허락된 한정판 탈출'이라는 기치를 내세운 tvN '둥지탈출'이 그 예다. '둥지탈출'은 김미선, 최민수, 박상원 등 유명 방송인의 자녀들이 출연해 낯선 땅에서 함께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방송 전부터 "귀족 2세들의 공짜 가난 체험기"라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tvN 예능 ‘둥지탈출’.  [사진 tvN]

tvN 예능 ‘둥지탈출’. [사진 tvN]

'열정 같은 소리'의 최지영 PD는 "청년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기획했는데 이를 어떻게 담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힘들지만 유쾌하고 쿨하고자 애쓰는 청년들처럼, 청춘 예능도 가볍지 않으면서도 재밌게 전달하는 게 관건인 것 같다"고 말했다. 공희정 평론가는 "청춘예능이 청춘의 삶을 단순히 오락적 소재로 이용하고 현실성 없이 보여주는데 머물러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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