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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식 문화로 백악관 체질개선 나선 신임 비서실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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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켈리 신임 백악관 비서실장.  [사진제공=미 국방부 자료사진]

존 켈리 신임 백악관 비서실장. [사진제공=미 국방부 자료사진]

잇따른 막말과 기밀 누설, 권력 암투 등으로 바람 잘 날 없었던 백악관에 엄격한 규율이 서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해병대 장군 출신인 존 켈리 신임 비서실장이 백악관에 군대식 규율을 적용하며 군기 잡기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병대 대장 출신 켈리, 백악관에 군대식 규율 적용 #이방카 부부도 트럼프 만나려면 켈리 거쳐야 #NYT "백악관 기능부전에 분노하던 그가 해결사로 나섰다"

NYT에 따르면 켈리는 모든 보고 창구를 자신으로 일원화하고 자신의 허가하지 않은 대통령과의 대면을 금지했다. 켈리는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와 사위 제러드 쿠슈너 선임고문도 대통령과 만나고 싶으면 자신을 찾아오라고 요구했다.

켈리는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횡설수설 말을 길게 늘어놓는 고문들의 말을 도중에 자르고, 회의를 질질 끄는 직원들을 회의장 밖으로 내보내는 등 혼란스러운 백악관의 분위기를 정돈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NYT는 "켈리는 국토안보부 장관을 지낸 지난 7개월 간 측근들에게 무능력함과 무모함으로 기능부전에 빠진 백악관에 대해 늘 분노를 표하며 사표를 낼 생각까지 내비쳐왔다"며 "이제 비서실장이 된 켈리가 직접 문제를 해결하러 나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오른쪽)와 사위 제러드 쿠슈너.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오른쪽)와 사위 제러드 쿠슈너. [AP=연합뉴스]

켈리의 취임 이후 백악관의 권력 구도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 3일 켈리는 국가안보회의에서 쿠슈너의 측근인 에즈라 코언워트닉을 쫓아냈다. 그동안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이 코언워트닉을 내보낼 것을 요청해왔지만 쿠슈너와 스티브 배넌 수석전략가가 이에 반대해왔다. 켈리는 코언워트닉을 쫓아내며 "지휘체계를 존중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백악관 관계자들은 전했다.

NYT에 따르면 켈리는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을 통제할 수 없으며 만약 통제하려 나섰다가 실패하면 자신의 권위만 실추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켈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통제하는 대신 직원들에게 군대식 문화를 주입함으로써 현재 쿠슈너 등 유력 인물을 향한 충성 경쟁에 매몰돼 있는 백악관 문화를 뜯어고치려 한다는 것이다.

폭탄과도 같았던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가 다소 잠잠해진 것도 켈리의 조언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켈리는 취임에 앞서 권력 암투의 장본인이었던 앤서니 스카라무치 공보국장의 경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구해 성사시켰다.

앞서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켈리의 발탁에 대해 "켈리가 백악관의 체계와 규율을 갖출 정권을 부여받았다"며 "웨스트윙 직원들이 모두 그에게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취임한 켈리는 해병대 사관후보생 출신으로 2003년 이라크전 전투현장에서 해병대 준장으로 진급한 후 해병1원정군 사령관, 이라크 다국적군사령관을 거쳐 2012~2016년엔 해병대 대장으로 미 남부사령관을 지낸 군부 인사다.

존 맥래플린 전 CIA 부국장이 “켈리는 동물원 동물들의 행동에도 질서를 가져올 만큼 규율에 강한 인물”이라고 평할 만큼 '규율맨'으로 정평이 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지난 1월 국토안보부 장관에 임명된 지 7개월만에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간택된 데는 잡음이 끊이지 않는 백악관의 기강을 잡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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