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법원 새만금 공개변론 놓고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16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새만금 사업의 재개 여부를 최종 결정할 상고심 공개변론이 열렸다. 경제성·수질·해양환경 등 주요 쟁점에 대한 원고와 피고 측 참고인의 의견을 듣기 위해 방청객이 대법정을 가득 메우고 있다. 강정현 기자

대법원은 새만금 사업의 재개 여부를 최종 결정할 상고심 선고에 앞서 16일 공개변론을 열었다. 이날 공개변론은 2003년 12월 여성 종중원(宗中員) 지위에 관한 민사소송, 2004년 9월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가 쟁점이 된 형사사건에 이어 세 번째 열리는 것이다.

이용훈 대법원장과 12명의 대법관 등 모두 13명이 참석해 전원합의체 방식으로 진행된 이날 공개변론에서 소송 당사자들과 참고인들은 새만금 사업의 재개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새만금 사건은 2001년 8월 환경단체 등이 농림부를 상대로 낸 정부조치계획취소 소송으로, 1심에서는 "사업을 취소하거나 변경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서울고법은 "공익상 사업이 필요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 선고는 새만금 방조제 마무리 공사가 끝나는 3월 말 이전에 내려질 전망이다. 170여 석의 자리는 원.피고 측이 선정한 110명의 양측 인사들을 비롯해 인터넷으로 사전에 방청을 신청한 일반인 등이 시작 30분 전부터 메웠다. 김지하 시인, 문규현 신부, 최열 환경운동연합 고문 등이 원고 측 방청객으로 참석했다. 이날 법정 주변에는 기습 시위에 대비해 법원 경비대를 비롯, 전경 1개 중대가 배치됐다.

◆ 팽팽한 공방 이어져=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린 공개변론의 쟁점은 ▶환경영향에 대한 평가 ▶경제적 타당성 ▶담수호 등 수질관리 여부 등에 맞춰졌다. 피고 측은 10여 분 분량의 다큐멘터리 동영상을 준비했다. 원고 측도 자신들의 주장을 담은 동영상 화면과 컴퓨터를 이용한 프레젠테이션 기법을 이용하며 논쟁을 벌였다. 대법관들도 노트북 컴퓨터를 이용해 관련 자료를 확인하는 등 이날 공개변론은 'IT 변론'으로 이어졌다.

원고 측 전승수 전남대 해양학과 교수는 "논보다 경제적 가치가 최고 250배나 큰 갯벌이 사라질 것"이라며 "서해안의 해양생태계 70~80%가 파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피고 측 양재삼 군산대 교수는 "부분적인 생태변화는 불가피하고 피해 범위도 방조제 외곽으로 20~30㎞ 지점에 국한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원고 측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장 등은 "생태계 변화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면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피고 측 임재환 충남대 농경제학과 교수 등은 "홍수나 해일 예방 등 국토의 효율적 이용과 부족한 수자원 확보 등을 감안하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맞섰다.

◆ 공개변론의 효과 놓고 논란=이날 공개변론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이석연 변호사는 "지금까지 사건의 99%를 서류만 보고 재판해 온 대법원이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갈등 조정자 역할을 한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사회적 여론을 여과해 재판에 대한 설득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매년 2만여 건의 사건을 처리하지만 주요 사건에 대해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는 사건은 10여 건에 불과하다.

그러나 대법원이 선고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피하기 위해 공개변론을 열었다는 지적도 있다. 이헌 변호사는 "어떤 사건을 공개변론에 부칠지 등에 대한 대법원의 기준이 모호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대법원이 소송 당사자들의 의견을 들었다는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공개변론을 열었다는 주장도 있다.

김종문 기자 <jmoon@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 새만금 사업=전북 부안군 변산면 대항리와 군산시 사이에 33㎞의 방조제를 쌓아 여의도 면적의 140배 정도인 4만100㏊(1억2000만 평) 규모의 국토를 조성하는 국책사업이다. 이로 인한 내부 간척지가 2만8300㏊(8500만 평)에 이를 예정이다. 1991년 방조제 공사 착수 이후 지금까지 총 3조3666억원의 비용이 투입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