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의 불만 "파견 온 한국 공무원 22명 업무 능력 대부분 부적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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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파리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 대표부는 OECD 인사국 채용 담당자에게 e-메일을 보냈다. "연수차 OECD에 파견된 한국 공무원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알려 달라"는 내용이었다.

OECD는 기다렸다는 듯 답신을 보내왔다. 표현은 정중하고 외교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한국 공무원을 보내지 말아 달라'는 게 골자였다.

OECD는 우선 한국의 공무원 파견 프로그램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다. "단순히 연수를 위해 왔는지, 아니면 한국과 OECD가 정보를 공유하자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정치적 필요에 의한 파견인지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또 "한국 공무원들은 사무국 간부들이나 동료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우리가 경험해보니 대부분이 필요한 업무를 수행할 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OECD의 한 부처가 한국에서 파견된 공무원에 대해 내린 평가는 혹독하다. "이력서와 달리 심각한 의사소통상 문제가 있으며, 직급에 필요한 업무 분장이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게다가 이 공무원은 3년간의 근무기간이 끝난 뒤 파견 연장신청을 냈었다. 하지만 이 부처 부서장이 반대해 연장이 무산됐다.

OECD는 파견되는 한국 공무원 숫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현재 OECD에는 재경부.산자부 등에서 22명이 파견돼 있다. OECD는 이 정도의 인원은 OECD의 2개 과를 합친 숫자라며 왜 그리 많은 공무원을 보내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 같은 사실은 16일 감사원이 외교부 등을 대상으로 한 '재외 국민 보호 및 통상외교 추진실태' 감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최현철 기자

◆ OECD=선진 공업국을 중심으로 구성된 국제적인 경제협력기구다. 미국과 유럽 각국, 일본 등 30개 나라로 구성되고 본부는 프랑스 파리에 있다. 한국은 1996년 12월 회원으로 가입했다. 한국 공무원들의 OECD 파견은 한국 대표부 직원으로 나가는 것과 자문.연수 프로그램으로 파견돼 실제 업무를 담당하는 방식이 있다. 자문.연수 프로그램은 99년 처음 시작됐다. 당시 9명이 파견됐으나 지금은 22명으로 늘었다. 한국 정부는 이들에 대한 인건비로 487만 유로(약 60억원)를 OECD에 지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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