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노장 만세 … 서봉수 3년 만에 우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끈질긴 생명력 때문에 '잡초류'로 통하는 노장 서봉수 9단과 '집념의 공부벌레'로 알려진 40대 아줌마 루이나이웨이(芮乃偉) 9단이 나란히 우승컵을 손에 쥐었다.

15일 한국기원에서 열린 전자랜드배 왕중왕전(제한시간 각 10분, 40초 초읽기 3회) 현무부 결승에서 서봉수 9단이 오규철 9단을 불계로 꺾고 우승했다. 2003년 돌씨앗배 우승 이후 3년 만에 만져보는 우승컵이다.

현무부는 51세 이상만 출전하는 시니어대회. 서봉수 9단은 준결승에서 조훈현 9단을 격파했는데 그가 조9단을 이긴 것은 2001년 이후 무려 5년 만이다.

과거엔 라이벌이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차이가 벌어져 최근 5년 동안 5연패를 당하고 만 것이다. 하지만 서 9단은 '잡초류'라는 별명 그대로 자식뻘인 10대 기사들과 10초 바둑으로 어울리며 끊임없이 훈련에 매진해왔고 결국 조훈현에 이어 광주의 강자 오규철마저 누르고 우승컵을 손에 넣었다.

같은 날 벌어진 주작부 결승에선 루이나이웨이(芮乃偉) 9단이 조혜연 6단을 불계로 꺾고 우승했다. 얼마 전 여류명인전 결승에서 조혜연을 2대1로 누르고 우승한 루이 9단이 또다시 최강의 적수 조혜연을 격파한 것이다.

루이 9단은 무적의 여성 최강자로 군림해오다가 40세가 되던 2004년 이후 조혜연(21).박지은(23) 쌍두마차의 도전을 받고 수차례 무너졌다. 하지만 루이 9단은 바둑대회가 있는 곳이면 빠짐없이 쫓아가 관전하며 연구에 몰두하는 등 젊은 기사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바둑공부에 집념을 보이더니 점차 다시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루이 9단과 조혜연 6단은 오는 20일 여류국수전 결승에서 다시 한번 맞붙는다. 올해 들어 벌써 3번째 격돌이다.

전자랜드배는 26세 이하의 청룡부에선 홍성지 4단과 박승철 4단이 결승에 올라있고 26~50세의 백호부에선 안조영 9단과 김승준 9단이 결승전을 기다리고 있다. 결승전이 끝나면 각부 상위 입상자 8명이 모여 32명이 왕중왕전을 치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