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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잠자리눈 개발 … 고개 안 돌리고 뒤도 볼 수 있는 렌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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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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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만드나=잠자리 눈은 반구형으로 돼 있다. 그 속에 들어 있는 수많은 홑눈은 직진해서 들어오는 빛만 받아들인다. 이 때문에 잠자리 눈의 영상은 점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모자이크 방식으로 형성된다. 문제는 각각의 홑눈을 대량으로 배열해 반구형으로 만드는 것이다.

기존 반도체 공정으로는 평면으로밖에 홑눈들을 배열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일본 등에서 수백~수천 개의 홑눈이 배열된 인공 잠자리 눈을 만들었지만 그것은 평면 형태였다.

반구형인 진짜 잠자리 눈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이다. 잠자리의 홑눈은 약 1도 이하의 각도에서 들어오는 빛만 볼 뿐 그 이상으로 각도가 빗나가면 인식하지 못한다. 사람의 눈이 120도 이상의 넓은 시야각을 갖는 것과는 대조된다. 이평세 교수팀의 김재연.정기훈 박사는 2004년 0.75도 이상 벗어나 들어오는 빛은 받아들이지 않는 홑눈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 잠자리 눈 속의 홑눈의 성능에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이를 붕어빵 틀과 같은 곳에 액체 상태의 실리콘 고무를 부은 뒤 굳히는 방법으로 한 평면에 수많은 초소형 렌즈가 배열된 구조를 만들 수 있었다. 실리콘 고무는 휘어지기도 잘하지만 경화제를 섞고 어느 정도 온도를 높여주면 딱딱하게 굳는 성질이 있다. 또 투명해 유리처럼 렌즈를 만드는 데는 적격이다. 연구팀은 이 특성을 십분 활용해 평면에 배열된 초소형 렌즈들을 구형 잠자리 눈으로 만들 수 있었다. 즉, 실리콘 고무를 붕어빵 같은 틀에 부어 수많은 초소형 렌즈가 배열된 평면 구조를 얻은 뒤 그 평면 밑을 진공 상태로 만든다. 그러면 진공 때문에 평면이 반구형으로 휘어진다. 빛이 지나는 길은 초소형 렌즈 밑에 감광 폴리머라는 물질을 깔아 해결했다. 감광 폴리머는 빛을 받으면 스스로 빛이 지나는 길을 만들어 주며, 빛을 더 비추지 않아도 그 길은 살아 있는 성질이 있다.

응용 분야 넓어=연구팀이 만든 인공 잠자리 눈은 군사용, 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넓은 시야각을 가질 수 있는 눈을 로봇에 선사할 수 있게 된다.

군사용 로봇이 있다고 치자. 정찰 때 짧은 시간에 넓은 지역을 정찰할 수 있다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 의학 분야에서는 내시경에도 쓸 수 있다. 위나 장.혈관 등을 살펴볼 때 한 번에 넓은 부위를 관찰해 병소를 찾아내는 데 유용하다. 또 반구형 인공 잠자리 눈 두 개를 합해 원형으로 만들면 어떨까. 360도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원형 시각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원형 시각은 정찰용.경비용 등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인공 잠자리 눈의 세계를 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동물들은 어떤 눈을 가지고 있나=동물이 영상을 보는 시각 메커니즘은 10개 미만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인 카메라 형태의 눈과 겹눈이다. 사람의 눈을 포함한 카메라 형태의 눈은 포유류.어류.파충류.양서류 등이 갖는 형태다.

겹눈은 낱개의 눈이 수백~만 개 배열돼 있는 형태다. 잠자리.파리 등 곤충류의 눈이 여기에 해당한다. 보통 반구형이며, 빠르게 움직이는 영상을 감지하는 특성이 좋아 인공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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