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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타봤습니다]두 손 뗐는데 핸들이 저 혼자 휙휙 돌아…벤츠 ‘신무기’ 자율주행 어디까지 왔나?

중앙일보

입력

메르세데스-벤츠가 22일(현지시각) 유럽(EU)에서 2018년식 S클래스를 출시했다. S클래스는 지난해 전 세계 동급 판매 1위를 기록한 메르세데스-벤츠의 최상급 럭셔리 세단이다.

벤츠 S클래스 독일 노이하우젠 비행장 시승기 #가속·브레이크페달을 밟지 않고 주행 가능 #속도위반해서 범칙금 낼 걱정 없어 #방향지시등만 켜면 뒷 차 피해서 끼어들기 #직각주차·평행주차도 자동차가 알아서 척척

독일 노이하우젠 비행장에 2018년형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차량들이 도열해 있다. 문희철 기자.

독일 노이하우젠 비행장에 2018년형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차량들이 도열해 있다. 문희철 기자.

플래그십(flagship)인 만큼, 메르세데스-벤츠는 기존에 선보이지 않았던 반(半)자율주행 기술을 신형 S클래스에 대거 쏟아 부었다. ‘인텔리전트 드라이브’라고 통칭하는 기술 중 일부는 그간 벤츠가 시판차량에 한 번도 적용한 적이 없는 신형 S클래스만의 ‘신무기’다. 21일(현지 시간) 독일 노이하우젠 비행장 인근 도로·활주로에서 S클래스가 선보인 자율주행 기술을 체험했다.

독일 노이하우젠 비행장 인근에서 2018년형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S650 차량에 시승한 본지 기자. [김성윤 기자]

독일 노이하우젠 비행장 인근에서 2018년형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S650 차량에 시승한 본지 기자. [김성윤 기자]

◇두 발을 안 쓰고 도로를 달리다! = 메르세데스-벤츠는 2013년 출시했던 S클래스에서 자사 최초로 인텔리전트 드라이브를 선보였다. 이후 4년 동안 반자율주행기술은 더 발전했다. 자율주행차의 ‘눈’ 역할을 하는 카메라와 레이더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덕분이다.
카메라·레이더는 내비게이션에 탑재한 지도·위치 정보와 조합해 차량 사방의 지형지물과 도로상황 변화를 실시간 인지한다. 이처럼 다양한 도로 주행 상황을 S클래스가 스스로 인지하고 앞차와 간격을 조절하는 능동형 거리지원 디스트로닉(Active Distance Assist Distronic)이라고 한다.

능동형 거리지원 디스트로닉 기능을 활용해 앞 차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저절로 주행하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문희철 기자

능동형 거리지원 디스트로닉 기능을 활용해 앞 차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저절로 주행하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문희철 기자

능동형 거리지원 디스트로닉은 가속페달이나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고 주행할 수 있게 해준다. 앞차와 간격이 멀어지면 제한최고속도 이내에서 알아서 따라붙고, 앞차가 속도를 줄이면 역시 알아서 감속한다. 덕분에 독일 남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구불구불한 산길을 주행할 때 전혀 힘들이지 않고 산길 주행이 가능했다.

능동형 거리지원 디스트로닉 기능을 활용해 스스로 교차로를 통과하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문희철 기자

능동형 거리지원 디스트로닉 기능을 활용해 스스로 교차로를 통과하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문희철 기자

이 기능이 편리한 또 다른 이유는 속도위반으로 범칙금을 낼 걱정이 없다는 점이다. 독일은 똑같은 도로도 수시로 제한 속도가 달라진다. 제한최고속도 100km/h 구간이었다가, 교차로 인근에선 갑자기 제한속도가 30km/h로 줄었다가, 어느새 50km/h 구간이 된다. 독일 운전이 처음이라 수시로 달라지는 제한최고속도를 인지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 S560 반자율주행 기능을 이용하자 알아서 달라지는 최고속도에 가까운 속력을 유지했다.
이 기능은 또 도로가 다소 위험한 상황이 될 것 같으면 미리 차량 속도를 조절하기도 한다. 예컨대 전방에 커브·로터리가 나온다면 차량 경로를 예측해서 미리 필요한 만큼만 속도를 줄여준다. 도로가 어둡거나 악천후·안개 때문에 전방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는 더 유용할 수 있다.

2018년형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S650 차량에 시승한 본지 기자. [변지희 기자]

2018년형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S650 차량에 시승한 본지 기자. [변지희 기자]

감탄한 부분은 운전자가 어떤 주행모드를 선택했느냐에 따라 감속하는 수준이 모두 다르다는 점이다. S560은 에코·콤포트·스포트·스포트플러스 등 다양한 주행모드를 지원하는데, 모두 감속하는 방식이 다르다. 특히 에코모드로 설정한 상황에서는 차량이 급격한 코너를 돌아도 체중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게 주행한다.
이 기능은 내리막길에 진입할 때 부드럽게 감속하면서 최상의 승차감을 선사한다. 또 어느 정도 내리막길에서는 엔진 구동을 멈추고 탄성으로 주행하면서 연비까지 높인다고 한다.

능동형 차선변경 어시스트 기능을 활용해 차선을 스스로 바꾸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문희철 기자

능동형 차선변경 어시스트 기능을 활용해 차선을 스스로 바꾸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문희철 기자


◇깜빡이만 켰는데 끼어들기 하네? = S클래스는 운전자가 방향지시등(일명 깜빡이)를 켜면 설정한 속도 이내에서 차선을 스스로 변경한다. 능동형 차선변경 어시스트(Active Lane Changing Assist)라는 기술이다.
물론 깜빡이를 켜면 옆 차선을 끼어드는 것 자체는 대단한 기술이 아닐 수 있다. S클래스가 대단한 건 80~180㎞/h로 주행하면서 주변 도로 상황까지 감안해 10초 이내에 끼어들기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른쪽 옆 차선 사각에서 무섭게 달려드는 차량을 보지 못하고 오른쪽 깜빡이를 켰다고 하자. 그럼 S클래스는 이 차가 추월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차선을 바꾼다. 만약 이 차량의 주행속도가 그다지 빠르지 않다면, S클래스는 갑자기 스스로 가속해서 이 차량 앞으로 끼어든다. 반대로 옆 차선 앞쪽에 차량이 있으면, S클래스는 스스로 감속해서 이 차량 뒤로 끼어들기도 한다.
S클래스가 얼마나 똑똑한지 시험해보려고, 100미터 전방에서 하나로 합쳐지는 차선으로 깜빡이를 켜봤다. 그랬더니 깜빡이가 꺼지면서 알아서 차선을 바꾸지 않았다. 옆 차선 앞뒤로 차량이 많아서 위험할 것 같아도 차선을 안 바꾼다. 그야말로 운전자를 보조하는 조수 역할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는 갑자기 차량이 옆에서 튀어나오면 능동형 브레이킹 어시스트를 작동해 자동으로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문희철 기자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는 갑자기 차량이 옆에서 튀어나오면 능동형 브레이킹 어시스트를 작동해 자동으로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문희철 기자


◇사람이 갑자기 튀어나오면? 차도 갑자기 멈춘다. =  운전하다보면 갑자기 보행자가 도로에서 튀어나와 당황스러운 경우가 있다. 혹은 큰 건물들 사이에서 차량이 빠른 속도로 튀어나올 때도 있다.
이럴 때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는 능동형 브레이킹 어시스트(Active Breaking Assist) 기능이 저절로 작동한다.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아도 급브레이크가 작동해서 차량·보행자와 S클래스가 충돌하는 상황을 방지하는 기능이다.
노이하우젠 비행장에서 다양한 속도·거리에서 차량·보행자가 튀어나오는 상황을 실험했지만 S클래스는 한 번도 충돌하지 않았다. 차량이 충돌할 것 같으면 급브레이크가 작동하고, 추돌을 피할 수 있다면 감속하지 않았다. 이는 S클래스의 카메라·레이더가 상대편 차량의 이동속도까지 실시간 계산해서 충돌 가능성을 집계하기 때문이다.
또 도로 주행 중에도 앞차와 거리가 가까워지면 스스로 브레이크를 잡고, 경고음을 울렸다. 이 기능이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충돌하는 상황은 피할 수 있을 듯 했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의 능동형 주차 어시스트는 자동으로 운전대를 돌리고 가속 혹은 감속하면서 스스로 주차한다. 문희철 기자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의 능동형 주차 어시스트는 자동으로 운전대를 돌리고 가속 혹은 감속하면서 스스로 주차한다. 문희철 기자


◇주차? 김여사도 어렵지 않아요 = 운전이 익숙한 사람들도 종종 주차를 하면서 차를 긁어먹는 경우가 있다. 사방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순식간에 ‘찌이익’하는 기분 나쁜 소리를 듣는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운전자에겐 이런 경험도 옛말이다. 능동형 주차 어시스트(Active Parking Assist)가 스스로 주차를 하거나 주차공간을 빠져나오기 때문이다.
S클래스가 알아서 주차를 하게 하려면, 일단 차량이 주차공간의 위치를 스캔할 기회를 줘야 한다. 능동형 주차 어시스트 버튼을 누르면 차량 양쪽 카메라가 켜지는데 이 상황에서 주차공간 인근을 서서히 주행하면, 모니터에 주차가 가능한 공간이 표시된다. 직각주차·평행주차 모두 가능하다. 이중 한 곳을 선택하고 손을 운전대에서 떼고 브레이크를 풀면, 나머지 주차 실력은 S클래스의 몫이다. 저절로 운전대가 휙휙 돌아가고 차량이 속도를 높이거나 때론 후진까지 하면서 정확히 주차공간에 차를 집어넣는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의 능동형 주차 어시스트는 자동으로 운전대를 돌리고 가속 혹은 감속하면서 스스로 주차 공간을 빠져나오기도 한다. 문희철 기자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의 능동형 주차 어시스트는 자동으로 운전대를 돌리고 가속 혹은 감속하면서 스스로 주차 공간을 빠져나오기도 한다. 문희철 기자

주차 도중 다른 차가 접근한다면? 접근하는 차량을 S클래스가 스스로 인지해 급제동을 하면서 비상 깜빡이·경고음이 저절로 가동한다. 실제로 본지 기자도 전면주차했던 차량이 후진하면서 주차장을 빠져나오다가 사각에서 달려오는 차를 못 봤는데, 후방 카메라가 이를 감지하고 저절로 멈춰서면서 사고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

독일 제한속도 무제한인 고속도로 아우토반에서 시속 245km로 주행 중인 사진. [김성윤 기자]

독일 제한속도 무제한인 고속도로 아우토반에서 시속 245km로 주행 중인 사진. [김성윤 기자]

독일 현지에서 체험한 메르세데스-벤츠의 S클래스는 놀라운 반자율주행 기능을 제공했다.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언젠가 자율주행차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확신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운전에 자신 없는 ‘김여사’도 S클래스 운전석에만 앉으면 노련한 ‘김기사’로 변신하는 시대가 오고 있었다.
노이하우젠 =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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