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바꾼 공론화위 “원전 결론, 정부에 전달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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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원전 5, 6호기 건설 중단 결정을 위한 공론화위원회(위원장 김지형 전 대법관)의 권한과 책임 범위를 두고 28일 당·정·청의 해명이 이어졌다. 김지형 위원장이 “혼선이 있는 것처럼 비친 것에 대해 유감”이란 입장까지 발표했다.

권고안만 낼 것” 대변인 발표 논란에 #김지형 위원장 “혼선 있는것 아니다” #청와대 “위원회 역할 안 정해져 오해 #어떤 결론 나와도 책임지고 따를 것” #여당에선 김 위원장 사퇴론 나와

김지형 위원장은 이날 오후 ‘현재까지의 심의 현황에 대해 알리는 말씀’이란 일종의 ‘해명 자료’를 냈다. 김 위원장은 “정부와 위원회 사이에 공론화 과정에 대한 입장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아직은 위원회가 숙의(熟議) 과정을 어떻게 설계·관리할 것인가에 관해 구체적으로 결정한 내용이 없다는 점에 오해가 없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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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석 공론화위 대변인이 전날 “우리는 찬반 결론을 내지 않는다. 찬반 결정이 아닌 권고안을 낼 것”이라고 밝힌 이후 결정 주체 혼선 논란이 벌어진 걸 의식한 게다. 정부에선 당초 공론화위에 결정 권한이 있다는 식으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공론화 과정의 핵심은 의제에 대한 숙의 과정”이라며 “위원회로서는 숙의를 통해 얻은 시민 의견을 수렴해 그 결론을 정부에 전달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임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윤석 대변인과 달리 ‘결론을 정부에 전달한다’는 표현을 썼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하루 만에 공론화위의 입장을 번복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슷한 시각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도 기자들과 만나 “공론화위 성격과 역할에 대해 아직 정확하게 정해진 게 없다 보니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면서 “공론화위가 어떤 결론을 내려 제출하면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책임지고 따르겠다는 것은 흔들림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공론화위가 함께 진화하는 모양새여서 사전 조율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서로(공론화위와 정부) 다른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여당 간사인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부와 공론화위 얘기가 서로 다르지 않다”며 “공론화위는 결정사항을 정부에 전달하는 것이고 정부는 이를 수용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권 일각에선 결정 주체를 두고 서로 미루는 듯한 과정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변재일 민주당 의원은 “웃기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곤 “원칙적으로 정책 결정 권한은 정부에 있고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집행되는데 (청와대와 정부가) 이 권능을 사실상 포기하고 공론화위 결정을 100% 수용하겠다면서 (공론화위원장에게) 결정 권한을 넘긴 것 아니냐”며 “그런 공론화위원장을 맡았으면서도 이제 와 의견만 제시하겠다고 하는 건 무책임하다.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아마추어리즘’을 비판했다. 한규섭(언론정보학과) 서울대 교수는 “정부가 공론조사 절차에 대한 이해 없이 일찍부터 결정을 미루는 모습을 보인 게 성급했고 공론화위 역시 내부의 충분한 논의를 한 다음 결정권 얘기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론화위는 조사를 전담하고 정책 결정은 대통령이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형구·김록환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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