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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흥행 예고한 '군함도'에 불편한 시선 쏟아지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사진 '군함도' 스틸 이미지]

[사진 '군함도' 스틸 이미지]

영화 제작 단계부터 기대를 모았던 류승완 감독의 신작 '군함도'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지난 26일 개봉 직후부터 다양한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영화 ‘군함도'는 일제강점기인 1945년 일본 하시마 섬으로 끌려가 강제노역을 당한 조선인들을 다뤘다. ‘베를린’, ‘베테랑’ 등으로 좋은 성적을 거둔 류승완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과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등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네티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개봉 3일째인 현재 영화 관련 사이트와 SNS,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군함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7일 기준 누적 관객 수는 100만을 훌쩍 넘은 것과 달리 정작 관람객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군함도'가 불편한 시선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이유를 정리했다.

스크린 독과점 논란

[사진 '군함도' 스틸 이미지]

[사진 '군함도' 스틸 이미지]

‘군함도'는 개봉일에만 무려 2027개 스크린에서 상영됐다.(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국내 전체 스크린 수가 2758개 임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수치다. 지난해 1991개로 역대 최다 스크린을 기록한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를 넘어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예매율 1위를 기록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를 바라보는 일반인 뿐 아니라 감독들의 날 선 비판이 이어졌다. ‘터치’, ‘사랑이 이긴다’ 등을 연출한 민병훈 감독은 “제대로 미쳤다. 독과점을 넘어 이건 광기다. 신기록을 넘어 기네스에 올라야 한다. 상생은 기대도 안 한다. 다만, 일말의 양심은 있어야 한다”며 '군함도'의 과도한 독점을 지적했다.

‘천안함 프로젝트’, ‘국정교과서’ 등을 연출한 백승우 감독도 “감독, 배우, 소재 삼박자가 꽉 찬 전형적인 강력한 상업영화를 만들었는데, 이 정도면 스크린 몇백 개로 시작해도 충분히 돈 벌지 않을까?”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역사왜곡에 대한 우려

[사진 '군함도' 스틸 이미지]

[사진 '군함도' 스틸 이미지]

류승완 감독은 앞서 19일에 열린 ‘군함도' 기자간담회에서 “군함도 역사를 알리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든다고 한 건 전달이 잘못 된 것 같다”며 “군함도 역사를 알리는 게 첫 번째 이유는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이어 “군함도 이미지를 보고 그 안에서 벌어질 법한 일에 자극돼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군함도'는 오프닝 크레딧에서도 ‘역사적 사실에서 영감을 받아 창작되었다’고 밝힌다. 특히 영화에서 중심이 되는 군함도 대탈출 계획이나 같은 민족을 배신하고 뒤로 일본과 밀약을 맺은 조선인은 실제 기록에선 찾아볼 수 없다.

[사진 '군함도' 스틸 이미지]

[사진 '군함도' 스틸 이미지]

또한 류 감독은 “군함도 자료를 보면 나쁜 일본인만 있는 것도 아니고 좋은 조선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이런 시대 배경, 소재를 다룰 때 착한 조선인, 나쁜 일본인이라고 하는 건 너무 쉬운 이분법”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국뽕’논란을 잠재우기 위한듯한 발언이었지만 실제 역사를 왜곡하는 것일 뿐 아니라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비난도 이어졌다. 2년 전 MBC '무한도전-하시마섬의 비밀‘편에 출연해 당시 끔직한 상황을 털어놓던 생존자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분노할만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기존에 하시마섬에 얽힌 비극을 모르고 있던 관람객이라면 감독의 상상, 즉 왜곡된 역사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앞에선 “조선인-일본인 이분법적 사고 경계”, 뒤에선 애국심 마케팅

[사진 '군함도' 스틸 이미지]

[사진 '군함도' 스틸 이미지]

류 감독뿐만 아니라 주연 배우들의 인터뷰엔 공동적으로 ‘일본은 나쁘고 조선은 착하다’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를 부정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배우 송중기도 “‘일본은 나빠, 한국이 최고야’라는 의도로 영화 작업에 참여한 제작진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고 이정현 역시 “조선인이 같은 조선인을 배신하고 위안부 피해자들도 같은 조선인들이 배신해 보냈다는 이야기를 그렸다”며 ‘국뽕’영화가 아님을 강조했다.

하지만 영화 예고편엔 위안부 피해자, 강제징용, 노동자, 아이만은 살리고 싶은 부모 등 한국인이라면 동요할만한 요소들이 대거 포진해있다. 특히 예고편 마지막에 욱일기(전범기)를 찢는 장면은 한국인의 반일감정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지나친 애국심 마케팅과 상반되는 실제 영화내용과 출연진들의 이 같은 발언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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