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변화? 밥그릇 챙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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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하위직 경찰의 관심사는 순경으로 시작한 경찰에게 일정 기간이 지나면 경위로 자동 승진토록 하는 경찰공무원법의 개정 여부다. 한 고참 경사는 전.현직 하위직 경찰의 온라인 모임인 '무궁화클럽'에 글을 올려 자신의 신세를 푸념했다. "25년 전 친구 둘과 함께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면사무소에 들어간 친구는 사무관(5급)이다. 농협으로 간 친구는 농협장을 맡고 있다. 나는 아직도 권총과 방망이를 차고 지구대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경사는 "낮에 순찰하느라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밤에 책상에 앉아 승진시험을 준비한다"며 "연수가 차 자동으로 경위로 승진하면 이런 고생을 할 필요도 없고, 그만큼 민생치안에 더 신경을 쓸 수 있다"고 적었다.

하위직 경찰의 미래에 막막한 측면이 없지 않다. 지난해 경사 이하 하위직 계급은 전체 경찰의 88% 정도. 순경으로 들어간 사람 중 68%가 경사 이하로 퇴직한다. 9급에서 6급까지 승진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일반 공무원이 평균 17년9개월이다. 같은 직급으로 비교할 때 경찰은 평균 27년7개월이 걸린다.

일부 하위직 경찰이 14일 근속승진 소요기간을 늘리는 경찰공무원법 재개정안을 국회에 냈다고 노무현 대통령을 상대로 헌법소원을 내는 집단행동을 벌인 데는 이 같은 불만이 깔려 있다. 그래서 이들의 돌출행동은 경찰들 사이에서 상당한 공감을 얻고 있다. 하지만 경찰 본연의 임무를 생각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경력 16년의 한 경사는 "재개정안은 경위 근속승진 기간을 3년 연장했다. 3년 때문에 들고 일어서야 할까"라고 되물었다.

시대 변화에 맞춰 자신의 권익을 찾겠다는 것을 무조건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수사권 조정과 근속 승진 등 경찰이 최근 힘 기울이는 현안들은 '밥그릇 챙기기'에 가깝다. 국민의 우려 섞인 시선도 느껴야 한다.

이철재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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