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된 프랑스 항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한때 프랑스 해군의 자랑이던 핵추진 항공모함 클레망소호가 퇴역한 뒤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해체를 위해 2년 넘게 지중해와 인도양을 헤매고 다녔지만 운항비용만 축낸 채 아직 해체 일정도 잡지 못했다. 1997년 퇴역한 클레망소호는 발암 물질인 석면을 보온단열재로 많이 사용해 폐선소마다 받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프랑스 정부는 2003년 스페인의 히조네사와 처음으로 석면 제거와 선체 해체 계약을 했다. 그러나 이 회사가 클레망소를 터키로 넘기려다 사전에 들켜 계약이 취소됐다.

그 뒤 그리스 피레우스항에서 석면을 제거한 뒤 인도의 알랑 폐선소에서 해체하는 것으로 계획을 바꿔 그리스로 출항했다. 하지만 독일 SDI사와 추진한 이 계약은 그리스 정부의 입항 거부로 성사되지 못했다. 결국 클레망소는 프랑스 남부 군항인 툴롱을 출발한 지 50여 일 만에 다시 출발지로 돌아왔다.

툴롱에서 2년을 허송한 클레망소는 지난해 12월 31일 인도를 향해 출발했다. 하지만 이 길도 순탄치 않았다. 지난달 12일 이집트가 클레망소의 석면 위해를 들어 수에즈 운하 통과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클레망소는 우여곡절 끝에 이집트 당국으로부터 운하 통과를 허락받아 인도양에서 인도로 들어갈 날만 기다렸다. 하지만 13일 인도 대법원이 자국 해역 진입을 금지함으로써 이 배는 목적지인 알랑 폐선소에서 1100㎞ 떨어진 공해상에 대기하는 신세가 됐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