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내 사랑 당신 앞에 있고 싶어" 4000년 된 연애시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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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나의 신랑, 소중한 내 사랑, 당신 앞에 전율하며 서 있게 해 주세요."

사랑에 빠진 여성이 달콤한 밸런타인데이 초콜릿과 함께 보냈음 직한 문장이다. 그러나 이는 4000년 전 고대 수메르의 점토판(사진)에 새겨진 시구다.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연애시'다.

19세기 후반 메소포타미아의 고대 도시 니푸르(현재 이라크 영토) 유적에서 발굴된 뒤 100년 이상 박물관 한 귀퉁이에서 잠자던 이 점토판이 올 들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이 15일 보도했다.

터키의 한 의류업체가 밸런타인데이 판촉에 이 점토판 시구를 활용했기 때문이다. 이 업체는 유물을 소장한 이스탄불 고대 오리엔트 박물관에 특별 전시를 위한 기부금을 냈다. 그 대가로 점토판 복제품을 자사 고객들에게 나눠줄 권리를 얻었다.

점토판은 여사제가 왕에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지역 신화에 등장하는 사랑과 풍요의 여신 '이난나'와 목자의 신 '두무지' 간의 사연과도 유사하다. 신화에서는 여신 이난나가 남신 두무지를 먼저 유혹한다.

시 내용은 4000년 전 작품치고는 상당히 대담하다. "나를 침실로 데려가 줘요" "당신은 나로 인해 기쁨을 얻었지요" 등의 구절이 등장한다.

전문가들은 이 시가 풍년과 다산을 비는 종교의식 도중 여흥에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터키의 역사학자인 무아제즈 힐미예 지그(93)는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사랑의 개념은 고대 수메르 시대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며 "이 시에 등장하는 성적 관심 등은 여전히 사랑의 큰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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