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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교체에 인색한 서울 시내 수영장…9개월에 한번 교체도

중앙일보

입력

서울 시내 수영장들이 시간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물 교체에 인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앙포토]

서울 시내 수영장들이 시간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물 교체에 인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앙포토]

 서울 시내 수영장들이 물을 갈아주는 데 인색해 이용객들의 건강에 해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국회 이정미 의원, 서울시내 122개 수영장 분석 #민간수영장 평균 30일, 공공은 29일마다 교체 #9개월에 한 번 물 교체해주는 수영장도 있어 #법에서는 교체 주기 기준 없고 여과만 규정 #여과로는 세균 안 걸러져 소독제 사용만 증가 #악취에 눈 충혈, 호흡기 질환, 피부질환 우려 #"전국적인 안전 위생 관리 실태 조사 필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정미(정의당) 의원은 27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가 제출한 2016년 서울 시내 122개 수영장의 물 사용량과 수영장 면적, 수심 등을 바탕으로 수영장 물 교체 주기를 분석해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간 수영장 88곳의 물 교체 주기는 평균 30일이었고, 공공수영장 34곳은 평균 29일이었다. 또 일반수영장의 물 교체 기간은 33.8일이었고, 어린이 전용 수영장은 22일로 상대적으로 짧았다.

 1~7일마다 물을 교체하는 수영장은 38곳(31.1%)이었고, 1~2주마다 교체하는 곳은 28곳(23%)이었다. 또 18곳(14.8%)은 2~3주 주기로 교체했고, 3~4주마다 교체한 곳은 10곳(8.2%)이었다.

 하지만 교체 주기가 1개월 이상 되는 곳도 28곳(23%)이나 됐고, 중구의 한 민간 수영장은 교체주기가 9개월(263일)이나 됐다. 어린이 전용수용장 중에서도 4개월에 한 번 물을 교체하는 곳도 있었다.

 이정미 의원은 "물 사용량에는 샤워실과 탕비실에서 사용한 것도 포함돼 있어 실제 물 교체 주기는 더 길어질 것"이라며 "물 교체 주기가 긴 것은 시간과 비용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영장에서는 이용객들의 소변과 땀이 염소 소독제와 반응해 결합 잔류염소로 전환되고, 이로 인해 피부질환과 천식 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 [중앙포토]

수영장에서는 이용객들의 소변과 땀이 염소 소독제와 반응해 결합 잔류염소로 전환되고, 이로 인해 피부질환과 천식 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 [중앙포토]

현행 '체육시설의 설치 이용에 관한 법률'에는 수영장 물 교체 주기에 대한 기준은 없고, 하루 3회 이상 수영장 물을 여과기로 걸러내도록 하는 기준만 있다.
하지만 세균은 여과기로 걸러지지 않기 때문에 물 교체 주기가 길어지면 물속에 세균이 증가할 우려가 있고, 수영장에서는 세균을 억제하기 위해 염소 소독제를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물을 자주 갈아주지 않으면 결합 잔류염소 농도가 높아져 이용객들의 건강에도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용객들의 소변과 땀에 포함된 질소 성분이 염소 소독제와 반응, 결합 잔류염소로 바뀌기 때문이다.

결합 잔류염소는 악취의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눈 충혈, 호흡기 장애, 피부 질환, 천식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결합 잔류염소에 대한 수질기준은 없으나,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0.2ppm 이하로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 의원은 "국내에서는 수영장 물의 결합잔류염소 농도에 대한 실태조사도 이뤄지지 않아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결합잔류염소를 수영장 수질기준에 포함시키고, 서울시뿐만 전국적으로 수영장 안전 위생 관리 실태를 조사해 WHO 권고기준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수영장 수질기준 항목에 대장균에 대한 기준은 있으나 일반세균 기준은 없다. 세계보건기구나 유럽연합·미국·일본·호주 등지에는 대장균 기준과 함께 일반세균 기준(물 1 mL당 100마리 이하 또는 200마리 이하)을 적용하고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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