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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삼성에 "엘리엇 더 알아보겠다" 합병 정보 제공 정황

중앙일보

입력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서 공개한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에서는 삼성이 국회와 국가정보원 등을 포괄적으로 관리해온 정황이 드러났다.

 이날 공개된 문자메시지는 장 전 사장이 2014~2016년 자신의 휴대전화로 직접 주고받은 것으로, 이헌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과 삼성 합병 관련 정보를 교환하고 합병에 부정적인 정치권 인사를 ‘관리’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전 기조실장은 장 전 사장에게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현재 약 220억불 관리하고 있습니다. 한국 관련은 홍콩에서 총 관리하고 있고 내부 상황은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고 합니다. 관계자를 만나 좀 더 알아보려고 하고 다른 친구 통해 자세한 것은 더 알아보겠습니다. 추가 내용은 담에…”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엘리엇은 미국계 헤지펀드 회사로 당시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반대했던 삼성물산의 대주주였다. 국가정보기관이 수집한 정보를 사기업에 알려줬다는 점에서 국가정보원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전 기조실장이 장 전 사장에게 보낸 문자 중에는 “지난해는 사장님 회사의 지원으로 우리나라가 안정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자료는 아주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내용도 있다.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이 6월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삼성 뇌물' 관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이 6월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삼성 뇌물' 관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합병에 부정적인 정치권 인사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정황도 보였다.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 정두언 전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기식 전 의원 등이 언급됐다. 김 전 의원은 2015년 국회에서 국민연금공단의 삼성 합병 찬성 관련 질의를 하면서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 회의록 공개를 요구했었다.

 김영태 SK 부회장은 장 전 사장에게 보낸 문자에서 “선배님 정두언이가 삼성 합병에 대해 까맣게 얘기하며, 정기국회 때 반드시 증인채택 운운합니다. 시간 되시는 대로 손길 한 번 내밀어야 할 듯요~”라고 했다.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한 발신자도 장 전 사장에게 “김기식 위원에게 어제 그 얘기 관련해 대화록 등 자꾸 요청하면 엘리엇의 투자자-국가 소송(ISD)에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를 전달했습니다. 우려는 공감한다고 알겠다고 했습니다. 본인이나 정무위에서는 더 떠들지 않을 것 같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친분 있는 사람들과 주고받은 문자로 공소사실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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