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폭염·폭우 동반하는 이상기후 … 전염병 우려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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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오는 이상기후가 지속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일정 지역에 하루 150~300mm의 국지성 폭우가 쏟아져 도처에 수해가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폭우 뒤에 숨돌릴 틈 없이 폭염이 닥쳐 수해로 인한 폐기물들이 썩고 죽은 가축이 부패하면서 수해지역이 악취와 해충에 고통받는 한편 전염병 창궐의 우려까지 낳고 있다는 점이다. 수해지역 자치단체마다 방역과 폐기물 처리에 나서고는 있지만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방치되다시피 한 곳도 많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이상기후에 따른 재해에 대한 국가의 대응체계가 별 경각심 없이 한가해 보인다는 점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어제 쓰쓰가무시병 등 10개 전염병을 올 유행 우려 감염병으로 발표하면서 30초 이상 손을 씻고 옷소매 위쪽으로 기침을 하라는 등의 일상적 대책만 내놓았다. 전국 곳곳에 수해 폐기물 부패가 진행되는 와중에 화급한 전염병 예방대책은 나 몰라라 한 채 한가하기 짝이 없다. 기록적 폭우로 주민이 숨지는 등의 피해를 본 충북 괴산군 공무원들은 ‘생명지킴이 지도자 양성교육’을 받는다며 연수를 떠나버렸다.

기후변화로 인한 전염병 양상의 변화는 전 세계적인 어젠다가 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최근 ‘뮌헨 안보콘퍼런스’에서 “글로벌 전염병이 핵폭탄이나 기후변화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을 정도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이 해충 개체 수를 늘리고, 전염병 매개체들이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 변화로 먹잇감이 변하면서 이상행동을 보여 신종 바이러스가 나타나는 등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도 말라리아·쓰쓰가무시병 등 열대성 전염병이 이미 상륙했다. 최근의 이상기후 속에 어떤 전염병이 나돌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지자체와 군병력을 동원해서라도 수해지역 복구와 방역, 깨끗한 물 공급과 의료지원 등 더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