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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빨라지는 북핵 시계 … 한국 정부만 안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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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북핵 시계가 다시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오늘 정전협정 체결 64주년을 앞두고 미국과 중국, 일본 등에서 북핵사태에 대비한 발 빠른 움직임들이 포착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을 비핵화로 유도하기 위한 강력한 대북제재법안을 통과시키고 중국은 북·중 국경에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또 중·일은 한반도 핵전쟁을 상정한 낙진피해 대비책까지 마련 중이라고 한다. 이런 가운데 우리가 제의한 남북군사회담에 대한 북한 반응은 없다. 북한은 오히려 핵무장 의지를 강조하고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미 하원, 강력한 대북제재법안 가결 #미 새 법안 북한을 전방위적으로 압박 #북 내년에 미 본토 타격 ICBM 능력

현재 가장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그제 미 하원이 의결한 새 대북제재법안이다. 미 하원은 이날 북한·러시아·이란을 제재하는 패키지 법안을 찬성 419명, 반대 3명의 압도적인 표차로 가결했다. 이 대북제재법안은 조만간 미 상원을 거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서명을 받아 발효될 전망이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북한의 원유와 석유제품 수입을 봉쇄하는 한편 북한 노동자의 해외고용 금지, 북한 선박의 운항 금지, 북한 온라인 상품거래와 도박사이트 차단 등이 이뤄진다. 북한을 전방위적으로 조이는 초고강도 대북제재법이다. 특히 이 법안에 따라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도움을 주는 개인과 기업에 대한 제재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주로 대북제재에 비협조적인 중국을 타깃으로 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이다. 수전 손턴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중국의 개인과 기업도 여기에 포함된다”며 “누구든 지정된 북한 기업과 거래하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대북제재 강화를 두고 미·중 간 갈등과 북한의 저항이 거칠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의 안보 파고가 높아진다는 얘기다.

미국이 이처럼 대북제재 수위를 급속히 높이는 것은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대한 위기감이 작용해서다. 워싱턴포스트(WP)는 그제 미 정보기관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이 이르면 내년이라도 핵장착 ICBM으로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것이라고 보도했다. WP의 보도는 그동안 평가했던 북한 ICBM 개발 시기를 2년이나 앞당긴 것이다.

이처럼 북핵 위기상황이 고조되는데도 이렇다 할 정부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청와대 안보실에 지금 필요한 북핵대응비서관이 아니라 평화군축비서관이나 임명하고 있다. 한가하게 비칠 따름이다. 당장 열매가 열리지도 않을 ‘평화 감나무’에서 감이 떨어지기만 기다리는 것 같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인 북핵 대처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중국도 분명한 입장을 요구받고 있다. 북한이 핵무장하면 한국과 일본에서 저절로 핵무장론이 나올 수밖에 없고, 이는 중국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중국은 이제 대북 원유 파이프라인을 봉쇄하는 등 실효성 있는 대북제재에 적극 나서야 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