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국당, 담뱃값 놓고 정치적 이용 말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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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자유한국당이 담뱃값 인하 법안 발의를 추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계획 자체보다도 우리나라 보수 야당의 수준을 걱정스러워하는 목소리가 더 높다. 먼저 이 계획은 현행 4500원인 담뱃값을 인상 전(2014년) 가격인 2500원으로 내린다는 것이다. 한국당 측은 서민 부담 경감 차원의 ‘서민 감세’ 효과를 주장했다. 한데 현행 담뱃값은 한국당이 여당(당시 새누리당)이던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1월 1일자로 인상한 것이다. 당시엔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담뱃값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한국당의 담뱃값 인하에 대한 세간의 반응은 싸늘하다. 바른정당·더불어민주당·정의당 측은 “한국당의 자기모순” “자신들이 올렸던 담뱃세 인상 명분을 거짓말이라고 자인하는 것”이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네티즌들은 “정치의 희화화” “코미디” “증세를 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발목을 잡기 위해 자기 발등도 찍는 후안무치”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연정책을 위해 담뱃값을 올리는 정책 수단을 쓰는 것은 전 세계적 추세다. 이 때문에 당시에도 저항은 있었지만 오히려 가격 인상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여론의 뒷받침으로 담뱃값을 성공적으로 올렸던 것이다. 이를 놓고 이제 와 한국당이 ‘서민 감세’라는 논리를 둘러대는 것은 포퓰리즘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담배 정책은 분명 문제가 있다. 답뱃값 인상이 금연율을 줄이는 데 실패했고, 오히려 담뱃세로 걷히는 세수가 4조원 가까이 늘어나면서 ‘서민 증세’ 논란을 불렀다. 문제는 세수가 늘었으나 금연을 유도하고, 흡연자들을 위한 흡연 공간 확보 등 복리 증진에도 투입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정책적 목적은 하나도 달성하지 못했고,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이제라도 담뱃값 문제를 세수 확보가 아닌 ‘국민 건강권’이라는 원래의 목적을 추진하는 ‘정책의 정직성’을 돌아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