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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시장 진출한 삼성전자 빅스비, "조작은 잘하는데 검색은 좀…"

중앙일보

입력

“스마트폰 작동 기능은 독보적이다. 하지만 정보 취합 능력은 떨어진다.”

빅스비 보이스 영어 버전 출시 닷새 #세계 네티즌 반응은 "장ㆍ단점 뚜렷" #구글ㆍ시리에 없는 인터페이스 기능 #정보 검색ㆍ분석은 구글이 훨씬 나아 #영어권 시장 잡아야 AI 시장 제패 가능 #삼성 "이제 첫걸음… 계속 나아질 것"

삼성전자가 19일 선보인 인공지능(AI) 음성인식 서비스 ‘빅스비 보이스’의 영어 버전에 대한 미국 소비자들의 대체적 평가다. 나흘간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는 빅스비 보이스를 테스트하는 영어 동영상이 다수 올라왔다. 빅스비 보이스는 현재 미국과 한국에서만 서비스된다.

빅스비의 기능을 소개하는 영어 광고. 모델은 침대에 누운 채 목소리만으로 알람 시간을 미루고 알람을 설정했다 취소했다 한다. [삼성전자 유튜브 채널]

스마트폰을 작동시키는 인터페이스의 기능엔 체험자 대다수가 찬사를 보냈다. 전자기기에 대한 동영상 리뷰를 유튜브에 연재하는 팀 스코필드는 “가장 최근에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려줘”“엄마와 8월 15일 저녁 약속 있으니 일정표에 기록해줘” 같은 음성 명령을 수행한 뒤 “꽤 편리하다”고 말했다. 빅스비가 목소리를 인식해 휴대전화를 잠그고 푸는 기능에 대해 한 네티즌은 “사흘 된 빅스비도 이런 일을 하는데 7년 된 시리는 내 스마트폰을 잠글 줄 모른다”고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정보를 찾고 분석하는 능력은 구글 어시스턴트보다 대체로 떨어진다는 게 네티즌들의 평가다. 유튜브에 전자기기 평가 채널 ‘사키테크’를 연재하는 블로거 사키는 빅스비와 구글 어시스턴트에 같은 명령을 내리고 장단점을 비교했다.

우선 스마트폰을 작동시키고 앱을 구동하는 건 빅스비가 나았다. 구글 어시스턴트와 빅스비에 동시에 “스마트폰 소리를 진동으로 바꿔달라”고 명령하자, 구글 어시스턴트는 스마트폰 음량 조절 화면을 띄웠지만 빅스비는 “진동으로 바꿨다”고 명령을 수행하고 답했다. 사키는 “빅스비는 다른 인공지능 시스템이 갖고 있지 않은 스마트폰 인터페이스 작동 기능이 있다”며 “스마트폰의 많은 기능을 화면을 만질 필요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스마트폰 소리를 진동으로 바꿔달라"는 요청에 빅스비는 "진동으로 바꿨다"고 답했지만, 구글 어시스턴트는 음량 조절 화면을 띄웠다. [유튜브 채널 '사키테크' 캡처]

"스마트폰 소리를 진동으로 바꿔달라"는 요청에 빅스비는 "진동으로 바꿨다"고 답했지만, 구글 어시스턴트는 음량 조절 화면을 띄웠다. [유튜브 채널 '사키테크' 캡처]

하지만 구글 어시스턴트가 월등한 기능도 많았다. 대표적인 게 검색이다. 사키가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베스트바이(전자제품 대리점)가 언제 문을 여느냐”는 질문에 구글 어시스턴트는 “아침 10시에 문을 열어 저녁 9시에 닫는다”고 즉답을 내놨지만, 빅스비는 해당 상점의 사이트를 연결했다.

“베스트바이 매장으로 가는 길을 안내해달라”는 요청에 구글 어시스턴트는 바로 구글 네이게이션 맵을 띄워 안내를 시작했지만, 빅스비는 이 음성명령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취합해 답을 내놓는 것도 구글어시스턴트가 나았다. “미국의 5달러가 캐나다 달러로는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빅스비는 환율 계산 창을 열고 “환전할 금액 단위를 입력하라”고 했지만, 구글어시스턴트는 “6.32 캐나다 달러”라고 바로 답했다.

"미국의 5달러가 캐나다 달러로는 얼마냐"는 질문에 구글 어시스턴트는 바로 "6.32 캐나다 달러"라고 답했다. [유튜브 채널 '사키테크' 캡처]

"미국의 5달러가 캐나다 달러로는 얼마냐"는 질문에 구글 어시스턴트는 바로 "6.32 캐나다 달러"라고 답했다. [유튜브 채널 '사키테크' 캡처]

빅스비의 기능을 구글 어시스턴트와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건 영어 버전 덕이다. 19일 전에는 빅스비는 영어 서비스를, 구글 어시스턴트는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같은 명령어로 기능을 테스트할 수 없었다. 구글 어시스턴트도 올해 중으로 한국어 서비스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두 인공지능 시스템의 장단점이 다른 건 두 회사의 특성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스마트폰과 가전을 만드는 하드웨어 회사인 삼성전자는 소비자들이 어떻게 기기를 작동시키는지 매우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을 작동시키는 음성 인터페이스를 개발하는 데 유리했을 거란 분석이다.

반대로 검색 포털이 주요 사업인 구글은 방대한 빅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데 익숙하다.
신진우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삼성전자는 인터넷 상의 정보를 찾고 분석한 경험이 적어 상대적으로 옳은 답을 내놓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어설프게 정보를 가공하다 틀린 답을 내놓는 것보다는 관련 정보가 담긴 사이트를 안내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 즉답을 내놓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빅스비 보이스의 영어 버전이 공개되며 세계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인공지능 대전’은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빅스비가 구글 어시스턴트는 물론 아마존의 알렉사와 애플의 시리,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타나 등과 같은 언어를 기반으로 경쟁을 펼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음성인식 시스템 시장에서 빅스비가 어떤 위상을 차지하느냐는 삼성전자의 미래 위상과 직결된다. 음성인식 시스템은 향후 인공지능 및 사물인터넷 시대에 모든 하드웨어 기기와 소프트웨어 서비스로 통하는 길목이 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 시장을 자칫해 놓쳤다간 하드웨어 기기를 만드는 회사들은 영원히 ‘껍데기’로 전락할 수 있다. 구글의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스마트폰 회사들이 “결국 껍데기를 파는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과 같다.

 특히 영어 인식 기능은 인터넷 시장에서 절대적이다. 영어 사용자는 20억 명으로, 세계 인구의 3분의 1 수준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인터넷 시장에서의 위상은 더 크다. 웹테크놀로지서베이에 따르면 전 세계 웹사이트 중 영어로 된 사이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52.4%에 달한다. 한국어로 된 웹사이트는 전체의 0.9%에 불과해 14위에 그쳤다.
삼성전자 측은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딛은 서비스인만큼, 앞으로 많은 기능을 보완해 소비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려 한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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