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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제 폐지 찬반 장외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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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법무부의 민법 개정안이 21일 알려지자 이를 둘러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여성계와 유림 등은 성명서를 통해 공방전을 벌였다. 네티즌들도 언론사와 여성부 등의 홈페이지에서 치열한 논쟁을 벌여 성대결 양상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가정법률상담소 등 여성단체들은 22일 성명서를 통해 "법무부의 민법 개정안은 이제까지의 성차별적 가족제도의 모순점을 개선한 진일보한 것"이라고 환영했다.

1백11개 여성.시민단체 연합체인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연대'는 종교계와 함께 다음달 20일 한강시민공원에서 '호주제 폐지 시민한마당'을 열고 국회까지 행진하며 여론몰이에 나설 계획이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곽배희 소장은 "법무부가 9월 24일께 국회에 민법 개정안을 제출하는 것에 맞춰 국회 '압박용'으로 이 행사를 계획했다"고 밝혔다.

호주제 폐지에 강도 높은 반대 목소리를 내온 유림 등도 이에 앞서 집회와 토론회 등을 통해 여성계의 행보에 맞불을 놓을 계획이다.

65개 시민단체 연합체인 '호주제 폐지 반대 시민사회단체 연합'은 오는 9월 1일 세종문화회관 대회의실에서 '호주제 폐지 찬반 토론회'를 여는 데 이어 9월 5일 유림과 함께 궐기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연합회 이자현 대표는 "호주제의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해 토론회를 마련했다"며 "가족이 파괴되는 결과를 보고만 있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의 논쟁도 뜨거웠다. 사이트에는 수백 건의 의견이 올랐다. 이들은 특히 자녀 성(姓)을 바꿀 경우 가족관계가 혼란스러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인스닷컴(www.joins.com)에 글을 올린 한 독자(joj918)는 "농산물도 생산자 표시가 있어야 제값을 받고 다르게 표시하면 위법인 데 생부의 성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거짓"이라며 "새아버지의 성을 따르도록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아버지가 이혼한 전처에게 양육의 책임을 떠넘기고 나서 애들 성만은 자신을 따라야 한다고 우기는 건 너무 무책임한 처사 아니냐"(snappless)는 찬성의견도 있었다.

부부가 합의할 경우 어머니 성을 따를 수 있도록 한 조항에 대해서도 "외할아버지의 뿌리를 왜 내가 지키나. 그건 외삼촌 및 자손들이 지키는 것이지"(gameo21c)라는 의견에 "외할아버지는 조상이 아니냐"(snappless)며 반박하는 등 격론을 벌였다.

특히 일부 남성 네티즌은 "일부 실패한 사람들을 위해 이런 짓을 하다니""한 가정에서 가장.아들 기죽여 잘될 게 뭐 있나""여자도 군대 가라" 등의 감정적인 의견을 올리기도 했다.

한편 법무부는 민법개정안을 다음주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통해 정부안으로 최종 확정한 뒤 다음달 24일께 국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문경란 여성전문기자,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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