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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41호 04면

“아무래도 내가 고장 난 것 같은데요.”

editor’s letter

이번 주 도착한 신간 중 『나는 오늘도 소진되고 있습니다』라는 책의 표지에는 이런 말풍선과 함께 타버린 성냥개비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한 사람의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 밑에는 ‘번아웃 증후군 극복 프로젝트’라고 적혀있네요.

심신의 에너지 고갈 상태로 인해 무기력 상태에 이르는 것을 뜻하는 ‘번아웃 증후군’은 우울증과 다른 것이라고 한의사인 저자는 말합니다. 의욕상실·심신불안 등은 같은 현상이지만 우울증은 일이나 노동과는 무관하다고 하네요. 그런데 우울증과 달리 번아웃 증후군은 아직 질병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마이클 라이터 박사는 번아웃의 원인을 6가지로 분석했는데, 그것은 바로 ▶업무 과부하 ▶업무 자율성 부족 ▶충분하지 못한 보상 ▶공동체 의식의 해체 ▶공정성의 결여 ▶가치 갈등입니다. 저자의 경우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해서’ 혹은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해서’ 몸과 마음에 병이 온 것이라고 진단합니다.

고장이 났으면 고쳐야 하겠죠. 문제는 어디가 고장 났는지 모를 때, 더 큰 문제는 알긴 하지만 고칠 수 없을 때 아닐까요. 정 답이 없다면 꼭 움켜쥔 손을 한 번 놓아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쉴 휴(休)자를 보면 나무 옆에 사람이 기대고 있죠. 이 무더위에 휴가를 얻었건 얻지 못했건, 근처 나무 그늘에 앉아 하늘이라도 한번 쳐다볼 일입니다. 쉴 때 쉬어야 합니다. 저도 좀 쉬다 오겠습니다.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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