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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토스카나 와인, 전문가의 선택은 카스텔라레 레 수게레

중앙일보

입력

이탈리아 토스카나는 르네상스의 고향이자 근대 문화의 용광로다. 주도(州都)인 피렌체는 알리기에리 단테와 니콜로 마키아벨리,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배출했고, 이들이 예술과 정치와 과학의 몽상을 펼친 무대가 됐다. 피사가 고향인 갈릴레오 갈릴레이를 교황의 탄압에서 지켜준 유일한 도시 역시 피렌체였다. 갈릴레이가 타향인 피렌체에 잠들어있는 이유다.

5만원~10만원 이하 토스카나 와인 평가 #르네상스 고향 페린체 중심의 와인 산지 #이탈리아 와인 중에서도 독보적인 위치 #토착 품종 산지오베제로 다양한 와인생산

이런 토스카나에 문화만큼이나 풍성하고 다양한 것이 와인이다. 프랑스ㆍ스페인과 더불어 세계 3대 와인 산지인 이탈리아에서도 토스카나 와인은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키안티 산맥을 낀 드넓은 포도밭에서 수확한 산지오베제(Sangiovese)라는 토착 품종을 베이스로 와인을 만들어낸다. 산지오베제는 산도와 향이 강하고 파생 품종이 다양해 가벼운 와인부터 묵직한 와인까지 다양한 맛을 갖추고 있다.

와인 컨슈머리포트 시즌 3의 일곱 번째 주제는 5만원 이상 10만원 이하의 토스카나 레드 와인이다. 국내 수입사의 출품을 받아 총 21종을 대상으로 했으며, 산지오베제 100%로 만들어진 와인과 산지오베제를 베이스(50% 이상)로 다른 품종과 블렌딩한 와인이 각각 7종류였다.  나머지는 카버네쇼비뇽 같은 국제품종으로 만들어지거나 산지오베제가 주 베이스가 아닌 와인 7종이다.

이번 평가는 어느 때 보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전문가와 일반인이 각 톱5를 추렸지만 1~5위까지 점수 차가 거의 없었다. 100점 만점에 소수점 첫째 자리까지 동점 와인이 나오는가 하면, 0.1점 차로 순위가 결정되기도 했다.

전문가는 1위로 카스텔라레 레 수게레(Castellare, Le Sughereㆍ85.5점)를 꼽았다.
와인 전문가인 우성애 썬프리모 대표는 “산미와 탄닌의 밸런스가 적당해 토마토소스나 크림소스의 음식과 잘 어울린다”고 평가했다. 일반인 참가자들은 다 빈치 키안티 리제르바(Da Vinci Chianti Riserva ㆍ82.7점)를 1위로 꼽았다.
이철형 와인나라 대표는 “스파이시함과 함께 체리, 시나몬 향이 난다. 부드럽고 적당한 바디감, 탄닌감이 뛰어나다”고 평했다.

2~3위는 전문가와 일반인 참가자가 거의 같은 선택을 했다. 알베레즈 ‘알보렌스’ 모렐리노 디 스칸사노(Alberese, ‘Alborense’ Morellino di Scansano)와 폰토디 키안티 클라시코 DOCG(Fontodi Chianti Classico DOCG )를 각각 2,3위로 꼽았다. 다만 일반인 참가자는 펠시나 키안티 클라시코 베라덴가(Felsina Chianti Classico Beradenga ㆍ81.1점)를 공동 3위로 선정했다. 와인 평가에서 소수점까지 점수가 같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제품 이름에 ‘키안티 클라시코’나 ‘DOCG’가 붙는다면 눈여겨볼 만하다. DOCG(Denominazione di Origine Cotrollata Grantita)는 이탈리아 정부에서 인정하는 최고등급의 와인이다. 키안티 클라시코는 키안티 중에서도 토양과 기후 조건이 좋은 지역을 가리킨다. 이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은 병목이나 라벨에 ‘검은 수탉’이 그려진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폰토디 키안티 클라시코 DOCG의 뒤편 라벨에는 검은 수탉이 있다.

유래는 이렇다. 이탈리아가 도시국가로 나뉘어 있던 1380년대 피렌체와 인접 도시 시에나는 영토 분쟁 중이었다. 분쟁을 끝내기 위해 두 나라는 날이 밝고 각자의 수탉이 울면 병사를 보내 만나는 지점을 국경으로 정하기로 했다. 시에나는 우렁찬  울음을 기원하며 하얀 수탉을 잘 먹였고, 피렌체는 검은 수탉을 선택해 쫄쫄 굶겼다. 그 결과 배고픈 피렌체 수탉이 ‘밥 달라’고  먼저 울었고 피렌체는 넓은 영토를 차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1924년 끼안띠 클라시코 와인협회(Chianti Classico Wine Consortium)가 만들어지면서 피렌체의 지혜와 평화, 승리를 상징하는 검은 수탉을 넣기 시작했다.

◆어떻게 평가했나=지난달 15일 서울 등촌동 썬프리모 레스토랑에서 블라인드 테스트로 진행했다. 장양수(한국소믈리에협회 부회장), 우성애(와인전문가), 이철형(와인나라 대표), 한희수(소믈리에) 등 전문가 8명과 일반인 참가자 98명이 참가했다. 기본평가 항목(색ㆍ향ㆍ맛ㆍ밸런스) 75점에 확장평가 항목(전문가 추천ㆍ일반인 구매의사) 25점을 더해 100점 만점으로 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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