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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자 '건보료 폭탄' 3년 유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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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직장생활을 하다 지난해 8월 은퇴한 김모(61)씨는 직장 시절의 건강보험료(본인부담 기준 7만원)를 지금도 내고 있다. 은퇴한 지 2년이 지나는 내년 9월이 되면 보험료가 17만원으로 오른다는 얘기를 듣고 집을 팔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내년 9월에는 지역가입자로 자격이 변경돼 아파트와 자동차에도 보험료를 물게 돼 보험료가 올라간다. 은퇴 후 2년은 직장 시절 건보료를 내도 되는 '임의계속 가입제도'를 활용하는데, 이게 내년 8월 끝난다.

건보법 시행령 개정해 내년 7월 시행 #지금 2년에서 1년 더 연장키로 #이혼·사별 자녀도 피부양자 인정 #지역가입자 평가소득 건보료 없애 #직장인 피부양자 무임승차 대폭 축소 #1600cc 소형차는 건보료 면제

 정부는 은퇴자들의 이런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내년 7월부터 임의계속 가입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1년 늘리기로 했다. 은퇴자가 아파트 때문에 '건보료 폭탄'을 맞는 게 1년 더 늦춰지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건강보험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18일 입법 예고했다. 내년 7월 시행한다.

 '임의계속 3년 규정'은 내년 7월 이후 신규 은퇴자뿐 아니라 현 제도에 따라 2년 유예를 받는 사람도 적용된다. 다만 2년 유예가 내년 6월 이전에 끝나는 사람은 소급적용되지 않는다. 올해 5월 현재 14만2893명의 퇴직자가 임의계속 가입을 했다. 또 이들이 부모와 자녀 26만2037명을 피부양자로 등재하는 등 모두 40만4930명이 혜택을 보고 있다.

 또 내년 7월부터 결혼해서 분가한 자녀 중 이혼·사별해 혼자가 되면 부모의 건강보험증에 피부양자로 얹힐 수 있게 된다. 이혼·사별해서 따로 사는 손자·손녀도 조부모의 피부양자가 될 수 있다. 이런 자녀를 미혼 자녀와 같은 자격으로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지금은 피부양자가 될 수 없다. 결혼 여부에 따라 피부양자 자격을 차별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개선 권고를 받아들였다.
 정부는 3월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안을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에 반영했다.

◇지역가입자 반값 건보료 시행

 과세소득 500만원 이하인 저소득 지역가입자 572만 세대의 ‘평가소득 건보료(성·연령·재산 등을 고려해 소득을 추정)’가 17년 만에 폐지된다. 선진국처럼 최저보험료를 도입한다.
 내년에는 연 소득이 100만원(필요경비 빼기 전 1000만원) 이하이면 월 1만3100원을 낸다. 지금보다 올라가는 사람은 지금처럼 낸다.
 원성의 대상이던 재산보험료도 축소된다. 내년에는 재산 과표에서 500만~1200만원을 빼고 건보료를 매긴다. 349만세대가 혜택을 보게 된다.
 1600cc 이하 소형차는 건보료를 면제한다. 중형차는 30% 줄어든다. 사용연수 9년 이상 자동차와 생계형 승합차와 화물차, 특수자동차도 건보료가 면제된다. 224만 세대의 차 건보료가 면제되고 64만 세대가 30% 경감된다.

 이렇게 해서 저소득 지역가입자 593만 세대의 건보료가 평균 4만6000원(인하율 50%) 줄어든다. 지금에 비해 ‘반값 건보료’가 된다. 대신 상위 2%의 소득 건보료와 상위 3%의 재산 건보료는 올라간다.

◇직장가입자 무임승차 대폭 축소

 소득이 있지만 자녀의 건보에 ‘무임승차’한 소득 있는 피부양자 279만명 가운데 연금·금융 등의 소득의 합이 3400만원을 넘거나 재산과표가 5억4000만원(시세 10억8000만원) 이상인 사람도 8만~19만원의 건보료를 별도로 내야 한다. 원칙적으로 형제나 자매도 피부양자가 될 수 없다.

 내년 7월 2049만명의 피부양자 중 32만 세대 36만명이 피부양자에서 제외돼 연간 1486억원의 건보료를 부담하게 된다.
 또 사업·금융 등의 소득이 있는데도 보험료를 내지 않던 ‘부자 직장인’ 13만 세대(종합소득 3400만~7219만원)도 10만~12만원을 더 내야 한다. 고소득·고액자산 지역가입자 16만 세대도 보험료가 오른다.
 내년 7월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으로 연 9089억원가량의 건보재정이 더 들어가게 된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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